(37) 문라이즈· (38) 문화사기단

2009.02.11 14:44
글 | 김학선 웹진 보다 편집장·진행 홍정택 가슴네트워크 필자·진행 | 박준흠 가슴네트워크

대중성 다지며 인디 전성기 노래하다

메이저와 마이너 레이블의 가교 역할

김민규 대표  ⓒ 이정실

김민규 대표 ⓒ 이정실

문라이즈 문라이즈 레이블은 2000년대 초반, 말 그대로 독립적이고 언더그라운드에만 머물러 있던 당시의 인디 레이블들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레이블이었다. 레이블 대표였던 김민규(델리 스파이스)의 취향에 따라 주로 모던 록과 포크에 기반한 음반들을 발매하였고, 메이저와 마이너 레이블의 가교 역할을 하며 인디 신의 저변을 넓히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최근 그런 비슷한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는 파스텔 뮤직의 원형을 제시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제는 보편화된 홈레코딩 시스템을 처음으로 정착시킨 레이블이기도 하다. 레이블의 음악적 특성상 큰 사운드는 필요하지 않았기에 집에서 소규모의 녹음 기기로 앨범을 제작·발매하며 적은 자본으로 앨범을 완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디의 전성기에 문라이즈가 있었다.

문라이즈 레이블은 2000년에 델리 스파이스의 리더인 김민규가 자신의 솔로 프로젝트를 위해 처음 만들었던 레이블이다. 초반의 문라이즈 모습에서 아마추어리즘이 느껴졌던 것은, 이 레이블의 시작이 단순히 김민규의 솔로 프로젝트 앨범을 내기 위해 만들어졌던 것에서 기인한다. 모던 록 밴드였던 델리 스파이스와는 다른, 보다 내밀하면서 포크적인 감성을 담은 음악을 하고자 했던 김민규는 ‘스위트피(Sweetpea)’란 이름과 함께 자신의 음악을 간섭받지 않고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독자적인 레이블을 만들게 되었다. 딱히 레이블의 성격을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이후 문라이즈에서 나온 대부분의 음반들은 소박한 사운드를 담은 모던 록과 포크의 자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노브레인

노브레인

스위트피의 정식 데뷔 앨범은 발매와 함께 큰 반응을 얻어냈다. 김민규 특유의 서정적인 감성과 어쿠스틱한 사운드가 결합된 이 앨범은 평단과 음악 팬들 모두에게 큰 지지를 얻어냈고, 문라이즈라는 레이블을 대중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당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던 델리 스파이스라는 이름값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스위트피의 이 앨범에는 ‘I’m Not Certain, But You Are…’라는 제목의 보너스 CD가 한 장 삽입되어 있었는데, 이 CD에는 정순용(마이 언트 메리)의 솔로 프로젝트인 토마스 쿡(Thomas Cook)과 이한철, 그리고 이후 하나음악에서 솔로 앨범을 발표하는 이다오 등의 노래들이 들어있었다. 이 보너스 CD는 문라이즈 레이블의 특징을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 이 마케팅 방식은 이후 토마스 쿡의 앨범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니까 뮤지션의 솔로 앨범을 내면서 일종의 프로모션으로 이후 레이블에서 나올 뮤지션들을 소개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 방식은 대단히 성공적이어서 음반 구매자들에게 레이블의 홍보와 함께 문라이즈만의 음악적 색깔을 동시에 알려나갈 수 있었다.

스위트피의 성공에 이어 두 번째로 앨범을 발표한 뮤지션은 마이 언트 메리의 리더 정순용이었다. 그는 김민규와 마찬가지로 솔로 활동에 대한 욕구가 있었고, 문라이즈를 통해 그 욕구를 해소할 수 있었다. 토마스 쿡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정순용의 솔로 앨범은 여러모로 스위트피의 앨범과 닮아있었다. 한 밴드의 리더로서 밴드 음악과는 다른 보다 개인적인 음악을 앨범에 담은 것이 그랬고, 또 솔로 앨범과 함께 보너스 CD를 담은 방식이 그랬다. 문라이즈 레이블의 두 번째 보너스 CD에는 스위트피의 노래를 비롯해 첫 번째 CD에도 참여했던 이한철, 이다오 등의 노래들이 들어있었다. 이후 문라이즈에서 앨범을 발표하는 전자양, 웨어 더 스토리 엔즈의 노래들이 들어있었다. 문라이즈는 이런 방식의 마케팅과 홍보를 계속해 나갔다.

전자양과 웨어 더 스토리 엔즈의 앨범이 잇따라 발매되면서 문라이즈는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펴나갔다. 거의 활동을 하지 않은 전자양의 노래가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쓰이는 행운도 뒤따랐고, 델리 스파이스의 김민규라는 배경으로 인해 다른 인디 레이블들에 비해 메이저 시장에 접근하기가 보다 용이한 편이었다. 또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했던 웨어 더 스토리 엔즈의 앨범은 모던 록과 포크에 한정돼 있던 문라이즈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주었고, 이후 시부야 케이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하키의 앨범을 발매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이후 재주소년과 하키의 음반을 발표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던 문라이즈는 2000년대 중반부터 그 기세가 조금씩 꺾여가기 시작했다. 델리 스파이스 활동을 병행하고 있던 김민규는 문라이즈에만 신경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김민규와 함께 문라이즈를 이끌던 마케팅 담당자마저 레이블을 떠난 결과였다. 현재는 레이블의 대표였던 김민규가 파스텔 뮤직과 계약을 맺고 활동하고 있는 관계로 문라이즈는 잠시 휴지기를 갖고 있는 상태이다. 재주소년과 하키 등이 소속되어 있지만 예전과 같은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마이 언트 메리  ⓒ 플럭서스

마이 언트 메리 ⓒ 플럭서스

문라이즈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한국 인디 레이블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첫 번째는 문라이즈가 인디 레이블이란 개념을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알렸다는 것이다. 그 전에 존재했던 인디나 강아지문화예술 등의 인디 레이블들이 대중성이란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면, 김민규가 만들어낸 문라이즈는 감성적인 음악과 델리 스파이라는 지명도가 맞물리며 대중들에게 보다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문라이즈의 음악들은 공중파 라디오에서도 심심찮게 선곡될 수 있었고, TV나 언론 매체에도 노출될 수가 있었다. 이후 생겨나는 레이블들은 문라이즈의 이런 마케팅을 많이 참조하였고, 비슷한 노선을 추구하는 레이블들도 여럿 생겨났다. 두 번째는 홈레코딩 방식이었다. 이들은 레이블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운영에 들어갔음에도 홈레코딩을 고집했다. 해당 뮤지션이 자신의 힘으로 각자 레코딩과 믹싱을 하고 마스터링만을 전문 스튜디오에서 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어야 하는 인디 레이블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다. 문라이즈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문라이즈의 이런 방식은 다른 레이블과 뮤지션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홈레코딩은 인디 신의 보편적인 방식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인디의 시작을 함께한 문라이즈 대표 김민규

W ⓒ 최규성

W ⓒ 최규성

김민규는 한국 인디 음악을 얘기하는데 맨 앞자락 위치에 놓아야 할 뮤지션이다. 그는 델리 스파이스라는 밴드를 통해 인디 신의 실질적인 시작과 함께 했고, 인디를 대중들에게 알리는데 큰 공헌을 했으며, 인디에서 메이저라는 가장 모범적인 단계를 밟아나간 뮤지션이었다. 델리 스파이스라는 밴드가 지금 한국 음악사에서 갖는 의미에 비하자면, 그 시작의 이유는 너무나도 단순한 것이었다. 집에서 혼자 기타 연습을 하던 김민규가 자신이 연마한 기타 테크닉을 가지고 함께 합주를 해볼 밴드가 필요했던 것. 김민규는 PC 통신 사이트에 멤버 모집 공고를 냈고, 그 글을 본 윤준호가 찾아와 델리 스파이스라는 밴드가 탄생하게 됐다. 그렇게 델리 스파이스는 1997년 역사적인 데뷔 앨범을 발표하였다. 그 안에 담겨있던 ‘챠우챠우’는 한국 인디 신의 송가가 되었고, 델리 스파이스는 곧바로 인디 신을 대표하는 밴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델리 스파이스로 활동을 하며 세 장의 앨범을 발표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던 김민규였지만, 그에겐 다른 음악적 욕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밴드가 아닌 자신만의 음악을 마음대로 만들고 발표할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는 그가 좋아했던 영·미 지역의 인디 뮤지션들이 행하던 방법이기도 했다. 델리 스파이스 활동 도중 틈틈이 외국 여행을 하며 음악적 영감을 얻어왔던 김민규는 외국의 인디 레이블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 영향을 바탕으로 자신의 솔로 앨범 발매를 위한 문라이즈란 이름의 독립 레이블을 만들게 된다. 처음 시작은 단순히 스위트피라는 자신의 솔로 앨범 발매를 위한 것이었지만, 앨범의 기대 이상의 성공과 함께 주위의 동료 뮤지션들이 하나둘 가세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 밴드의 리더로, 또 한 레이블의 대표로 그 역할들을 충실히 수행해 나갔다. 현재 그는 스위트피의 3집 앨범 활동을 하고 있으며, 각종 페스티벌 무대를 위해 한동안 휴지기를 가졌던 델리 스파이스의 활동 역시 준비 중에 있다.

<글 | 김학선 웹진 보다 편집장·진행 | 박준흠 가슴네트워크 대표>

세상이 사기라 외치던 겁없던 그들

문화사기단 아는 사람만 알던 ‘문화사기단’의 이름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이들이 6년만에 컴백한 서태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안티를 선언했을 때였다. 이 때문에 이들은 ‘서태지 안티를 통해 홍보를 노린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물론 정교한 비판의 논리가 없었던 것을 비판한다면 그 비판이 맞는 말이겠지만, 결국 펑크는 ‘무엇에 대한 반항’이라기보단 ‘반항’ 그 자체이기도 하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쩌겠는가. (그들의 표현을 빌리면) 그렇게 생겨먹었던 것을.

[한국의 인디레이블](37) 문라이즈· (38) 문화사기단

펑크는 음악이면서, 동시에 태도였다. 섹스 피스톨즈가 그러한 이래, 펑크 뮤지션들에게 ‘태도’는 음악 외에도 늘 펑크가 펑크이기 위한 이슈로서 존재했다. 홍대에서 맨 처음 펑크 키드들의 몸부림이 시작되던 그 때, 그들은 오프스프링이나 그린 데이 같은 네오 펑크보다는 섹스 피스톨즈의 저돌적인 태도와 클래시의 음악을 본받고자 했다. 노브레인이 주축이 되어 1998년에 결성된 레이블 문화사기단은 정통 펑크 레이블로서 ‘음악’과 ‘태도’를 동시에, 가장 적극적으로 추구한 레이블들 중 하나였다. 노브레인의 ‘청춘 98’ 음반 발매와 함께 만들어진 이 레이블은 차승우(사진)의 군 전역 이후인 2000년부터 후배 밴드들의 음반을 활발하게 소개하면서 그 활동 범위를 넓혀갔다.

자신들의 음반 활동과 함께 버닝 햅번, 배다른 형제, 푸펑충 등 신인 밴드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이들의 앨범 또한 발매하던 문화사기단은 홍대 인디 신에서 펑크 열풍이 쇠락해가면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2002년에 잠정 해산하게 되었다. 이후 노브레인은 차승우의 탈퇴로 이전의 거칠던 ‘조선 펑크’에서 벗어나 다른 방향의 펑크 음악을 하고 있다. 이후 문화사기단에서 활동하던 많은 밴드들은 해체되었거나, 다른 밴드를 결성해 다른 레이블에서 활동하고 있다.

<글 | 홍정택 가슴네트워크 필자·진행 | 박준흠 가슴네트워크 대표>

10 10;">아티스트 및 발매 앨범 - 문라이즈

스위트피(Sweetpea) 델리 스파이스의 리더인 김민규의 솔로 프로젝트. 그는 밴드 사운드와는 다른 평소에 즐겨 듣던 외국 인디 팝 뮤지션들의 감성과 닮은 음악을 하고자 스위트피라는 솔로 프로젝트를 만들고 자신만의 레이블까지 만들었다.

[Never Ending Stories] (2000) 밴드 사운드와는 다른, 보다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담고 있다. 델리 스파이스 시절보다 더욱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싣고 있으며 발매 당시 평단과 음악 팬 모두에게 높은 지지를 얻어냈다.

[하늘에 피는 꽃] (2004) 1집과 비교해 모던 록부터 발라드까지 보다 다양한 음악을 담아냈다. 거의 혼자서 만들었던 1집과 비교해 동료 뮤지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마케팅 역시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졌음. 1집보다는 대중적으로 더 어필할 수 있었다.

[한국의 인디레이블](37) 문라이즈· (38) 문화사기단

토마스 쿡(Thomas Cook) 마이 언트 메리의 리더인 정순용의 솔로 프로젝트.

[Time Table] (2001) 어쿠스틱한 사운드 속에서 정순용만의 멜로딕한 감각이 잘 살아있는 앨범. 혼자서 모든 곡을 만들고 대부분의 연주를 직접 했다.

마이 언트 메리(My Aunt Mary) 홍대 클럽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해온 모던 록 밴드로, 홍대 인디 신의 시작과 거의 함께 해온 밴드. 3집 앨범으로 제2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nd My Aunt Mary] (2001)

웨어 더 스토리 엔즈(Where The Story Ends) 코나라는 밴드에서 활동하던 배영준을 중심으로 결성된 일렉트로니카 프로젝트 밴드이다. 문라이즈 레이블의 기존 이미지와는 이질적인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함으로써 문라이즈의 음악적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는 W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眼內閃光] (2001) 배영준이 해왔던 가요 멜로디와 일렉트로니카 사운드가 이상적인 조화를 이룬 앨범이다. 인간적이며 따뜻한 일렉트로니카 앨범이다.

하키 웨어 더 스토리 엔즈에 이어, 기존 문라이즈의 색과는 다소 이질적인 시부야 케이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여성 뮤지션이다. 시부야, 라운지, 프렌치 팝 등이 조화된 음악을 들려주었다.

EP [주워가줄래?] (2004)

[이상한 얘기] (2004) 김민규가 직접 프로듀서를 맡은 앨범이다. 국내에선 쉽게 들을 수 없던 스타일의 음악이었지만 일본 뮤지션들과의 유사성 때문에 논란이 일기도 하였다.

[한국의 인디레이블](37) 문라이즈· (38) 문화사기단

델리 스파이스(Deli Spice) 영화 ‘클래식’에 삽입되면서 더 유명해진 노래 ‘고백’이 담겨 있던 5집 [에스프레소] 활동 이후, 델리 스파이스는 긴 동면에 들어간다. 음악적 재충전과 각자의 프로젝트 활동으로 보낸 이 기간 동안 김민규는 ‘스위트피’로, 윤준호와 최재혁은 ‘오메가3’로 활동했다. 2005년 여름에는 밴드 결성 10주년을 맞아 기념공연으로 전국 투어를 갖는 등 바쁜 나날을 보냈다.

[Bombom] (2006) 공백이 길었던 만큼 들려주고 싶은 얘기도 많았다. 이들은 무려 30여곡의 데모를 모은 후 최종적으로 엄선된 12트랙을 들고 스튜디오로 향했다. 봄은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유토피아라고 한다.

문화사기단

[한국의 인디레이블](37) 문라이즈· (38) 문화사기단

노 브레인(No Brain) 싱글 [청춘 98] (1998) 1집 [청년폭도맹진가] (2000)

섹스 피스톨즈 트리뷰트 앨범 [Never Mind The Sex Pistols. Here‘s The No Brain] (2001) 2집 [Viva No Brain] (2001)

푸펑충 2집 [Tough Like Metal] (2000)

지랄탄 ‘99 & 리얼쌍놈스 1집 [마이너리그] (2000)

펑크킬러(Punk Killer) EP [Animal Punx] (2001)

런 캐럿(Run Carrot) EP [Oi!] (2001)

아작(A-Zak) EP [Azak!!] (2001)

글로벌 코퍼레이션(Global Corporation)

EP [Return To The 77 Punx] (2001)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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