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아날두르 인드리다손(1961~ )

2009.10.27 17:48
임지호 북스피어 편집장

‘깜짝’은 없다, 그러나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아이슬란드 작가다. 1961년에 태어나 아이슬란드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기자 일과 영화 평론가로 활동하다 작가로 데뷔해 <저주받은 피>로 스칸디나비아 추리작가협회에서 주는 ‘유리열쇠상’을, <무덤의 침묵>으로 영국 추리작가협회의 ‘황금단도상’을 수상하며 북유럽을 대표하는 작가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이 작가가 수상하다](20) 아날두르 인드리다손(1961~ )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이라는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아이슬란드라는 나라에 대해 조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아이슬란드 공화국은 영국의 북서쪽, 그린란드의 동남쪽에 위치한 섬나라로 크기는 딱 한국만한데, 인구는 30만명 정도이니 5000만명에 달하는 한국과 비교한다면 꽤나 한산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아이슬란드는 전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나라다.

한국처럼 북적거리는 나라에서도 도시에서 조금 벗어나면 금방 인적 드문 곳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슬란드가 얼마나 한적한 곳인지 짐작할 수 있다.

범죄율도 낮은 곳이라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아이슬란드에서는 아무일도 안 일어나기 때문에 쓸 소재가 없을 거란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곳 사람들은 누구를 쏴 죽이거나 하지는 않는다. 여기는 로스앤젤레스가 아니니까. 하지만 글을 쓸 소재는 풍부하다는 게 밝혀졌다. 사람들은 범죄소설의 소재가 단순히 범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걸 모른다.”

확실히 그의 작품은 이제까지 우리가 쉽게 접했던 범죄소설들과는 다르다. 괴이하고 엽기적인 연쇄살인범의 잔혹한 살인이 이어지지도 않고, 정교한 두뇌를 가진 범인과 탐정이 두뇌 싸움을 벌이지도 않는다.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올리 형사는 대놓고 “비열하고, 무의미하고, 아무것도 숨기려고 하지” 않는 것을 전형적인 아이슬란드식 살인사건이라며 비꼬기도 한다. 증거를 숨기거나 알리바이 트릭을 쓰거나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단서를 어지럽히지 않는다. 그러면 무엇으로 독자를 책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은 자극적인 사건에서 독자들이 깜짝 놀랄 결말을 이끌어내기보다 인간의 보편적인 감수성에 초점을 맞춘다. 범죄소설의 소재가 범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놀라운 시선은 그래서, 범죄의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을 잇는 사건의 진상에 깊은 마음의 자국을 남긴다. 북극권과 가까운 아이슬란드라는 생소한 지리적 배경에서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면 바로 이런 이유 덕분이다. 이곳에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고, 누구나 겪고 있는 문제들을 안고 있다. 이 중심에 에를렌두르라는 형사가 있다.

에를렌두르 형사반장은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전형적인 인물처럼 보인다. 인생의 쓴맛을 모두 경험하고, 현재도 경험하고 있는 50대의 홀아비로 이혼한 아내에게 냉대를 받고 아들딸과는 연락도 거의 없이 지낸다. 개인의 삶은 직업의 무게와 고집 덕분에 붕괴되어 다시 추스르려 해도 회복하기 힘든 지경인지라 언제나 외롭게 살 뿐이다. 하지만 형사로서의 능력만은 훌륭해 범죄가 있는 자리에서 맹활약한다.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작품들은 이 고독한 형사반장을 중심으로 해 ‘에를렌두르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에를렌두르 시리즈의 외형은 경찰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다. 형사반장까지 세 형사들을 주축으로 한 전통적인 사건 해결 방식과 각자 짊어진 삶에서 분투하는 이야기는 평범한 범죄소설을 읽는 재미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에를렌두르 시리즈는 모두 일곱 편이 발표됐으며 그중 세 편이 한국에 번역돼 있다. 한국어판의 출간 순서는 조금 얽혀 있는데, 처음 읽기 시작하는 독자라면 먼저 나온 <무덤의 침묵>보다 아이슬란드의 분위기가 잘 전해지는 <저주받은 피>부터 읽기를 권한다.

▶국내 출간작 : <무덤의 침묵> <저주받은 피> <목소리>(영림카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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