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경험 쌓으면 문제해결 ‘술술’

2010.03.01 17:24
손병목| 학부모 포털 부모2.0(www.bumo2.com) 대표

올해 2학년이 되는 다은이는 지난 겨울방학 동안 엄마와 함께 2학년 수학을 예습했다. 두 자릿수의 연산 문제도 그럭저럭 해내는데 시간 문제만 나오면 헷갈려 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으나 비슷한 문제를 계속해서 틀리자 다은이 엄마도 화가 났다. 화를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설명을 하다 보니 답답해서 짜증이 났다. 남들은 다 아는 시간 문제를 왜 우리 아이는 잘 모르는지, 어떻게 지도해야 좋을지 상담을 요청해 왔다.

아이를 가르치다보면 늘 이런 문제 상황에 맞닥뜨린다. 이 정도 설명했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왜 모르는 걸까? 남들은 다 아는 문제를 왜 우리 아이는 어려워할까? 아이를 가르치면서 이런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좋으나 ‘남들은 다 아는데’라는 단서는 달지 않는 게 좋다. 우리 아이가 어려워하는 문제는 십중팔구 다른 아이들도 어려워한다. 다만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자녀를 지도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 아이가 모르거나 서툰 것은 열등하기 때문이 아니라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마다 타고난 기질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문화의 다름은 있을지언정 문화의 수준은 비교할 수 없듯이 아이들의 기질과 경험의 차이는, ‘차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은이가 힘들어했던 문제는 ‘학교에 8시10분까지 가야 하는데, 집에서 학교까지 40분 거리라면 집에서 몇 시 몇 분에 출발해야 하는가’하는 유형이었다.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다. 시간 계산 경험이 많은 아이는 이런 문제에 강하다. 이때의 경험은 ‘시계 보는 법’이 아니라 시간과 관계된 일상의 경험을 말한다. 부모는 이런 경험이 교육의 기회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교육과 연계하지 못한다.

생활 따로 학습 지도 따로 한다. 시계 보는 법, 시간을 계산하는 법은 책이나 문제집을 보고 가르치고, 정작 시간 계산을 활용해야 하는 일상생활에서의 교육 기회를 놓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고시한 초등학교 수학 교과의 목표를 보면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수학적으로 관찰하고 조직하는 경험을 통하여 수학의 기초적인 개념, 원리, 법칙을 이해하는 능력을 기른다.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기른다’고 명시되어 있다. 수학 교과서와 문제집을 살펴보면 이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도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학생의 구체적인 경험, 구체적인 사실, 직관이나 구체적인 조작 활동 등의 수학적 경험을 바탕으로’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수학은 일상생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8시10분까지 가야 하는데, 벌써 7시40분이네. 30분밖에 안 남았구나.” “조금 서둘러야겠어. 지금이 7시30분이야. 시계를 봐, 작은 바늘이 7시가 지났지? 늦어도 8시에는 출발해야 하거든. 유치원까지 10분이 걸리니까, 조금 서두르자.” 아이가 이 말뜻을 모두 이해하든 이해하지 못하든 자주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말을 전혀 못할 때도 우리는 수없이 많은 말들을 아이에게 해왔다. 그 결과 아이는 언어를 깨치게 된 것이다. 갓난아이로부터 초등학생 시기까지는 일상생활과 경험 그 자체가 교육인 시기이다. 피아제는 그 시기를 감각 동작기, 개념 이전기, 직관적 사고기, 구체적 조작기 등으로 나누었으나 이 시기를 관통하는 핵심적 특징은 ‘경험’이다. 구체적 사물이나 경험의 도움 없이는 문제 해결이 힘든 시기다.

부모가 된 우리는 유아 초등학생 시기를 너무 오래 전에 겪었다. 우리가 어떻게 사물을 배우고 세상을 배웠는지 잊어 버렸다. 이 시기는 보고 듣고 만지고 조작하고 경험하며 배우는 시기이다. 가르치려 하지 말고 보여주고 경험하게 하자.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교육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시계를 보는 법, 시간을 계산하는 법,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는 법을 모두 배울 수 있다. 유아와 초등학생의 교육은 교과서 안보다는 밖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훨씬 많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