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는 또 다른 형태의 살인…폐지 마땅

2010.04.01 17:54 입력 2010.04.01 23:23 수정
김지은 | 경기 고양외고 3학년

부산 여중생 살해 사건을 계기로 사형제 존폐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여당 안에서는 사형 집행을 촉구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고 법무부 장관이 갑자기 사형집행을 다시 시작할 것처럼 말해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형제 존폐라는 해묵은 논쟁의 초점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첫째는 효과의 문제이다. 사형제가 범죄 예방효과가 있느냐는 것인데, 폐지론자들은 사형제가 있다고 해서 범죄가 줄어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존치론자들은 과거에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으면 살인사건이 더 늘었을지 모른다고 반박한다. 둘째는 국가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할 수 있느냐는 논쟁이다. 폐지론자들은, 생명은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권리여서 국가가 빼앗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존치론자들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짓밟은 사람의 인권은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 두 가지 점에서 양측의 주장을 비교해 보면 나는 폐지론이 옳다는 생각이다.

우선 첫번째 관점에서, 폐지론자들은 사형제가 범죄 예방에 별 영향이 없음을 구체적 근거를 들어 제시하고 있지만, 존치론자들은 사형제를 폐지하면 범죄가 늘지 모른다는 추론 수준의 얘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흉악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과연 자신이 잡힌다는 생각을 할지, 또 잡히면 사형을 당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할지 의문이다. 오히려 자신은 잡히지 않을 거라고 믿거나 아예 사형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고 범죄를 저지른다고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두번째 관점에서 볼 때는, 종교 문제를 떠나 살인범을 처벌하기 위한 사형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살인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범죄로서의 살인과 형벌제도로서의 사형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볼 수 있지만, 살인이라는 본질은 같은 것이 아닐까.

이미 사형제 폐지는 거역할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사형제 유지 국가는 59개국, 실제 사형을 집행한 국가는 25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57명의 사형수가 있지만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가로 분류된다. 흉악범도 형을 살다가 죄를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사는 경우도 있고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뒤늦게 진범이 잡히는 경우도 있다. 한때 격앙된 국민감정에 편승해 사실상 사문화된 사형제 집행을 주장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감형 없는 종신형을 도입해 흉악범을 영구 격리하자는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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