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오류의 2가지 등식

2010.07.01 17:56 입력 2010.07.01 23:17 수정
하태훈 | 고려대 교수·법학

[사유와 성찰]치명적 오류의 2가지 등식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어뢰 폭발의 결정적 증거물질에 대한 오류를 시인하여 논란을 가열시키더니 어뢰설계도가 실무자의 실수로 잘못 제시되었다고 뒤늦게 인정했다. 이 같은 잦은 말바꾸기로 불신과 의혹이 끊이질 않는다. 참여연대가 조사결과와 조사과정의 문제점, 진상규명조사의 필요성을 담은 천안함 관련 서한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냈더니 정부, 보수언론과 보수단체가 마녀사냥에 나섰다. 이적행위라며 이념까지 덧칠한다. 여기에는 치명적 오류의 두 가지 등식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비판적이면 반국가적이고 곧 매국노라는 것과 정부비판적이면 친북적이고 곧 빨갱이라는 등식이다. 한나라당은 참여연대에 이적단체라는 색깔을 칠하고 총리는 ‘어느 나라 국민인지 의문이 든다’고 힐난했다. 정부와 집권여당이 나서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국익침해’나 ‘국론분열세력’으로 폄훼하니 보수단체가 활개치고 폭력을 휘두르고 나대는 것이다.

정부 정책을 비판한다고 반국가적이거나 애국심이 없다고 매도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오해의 소치다. 정부가 곧 국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는 국민과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 등 통치기구뿐만 아니라 비정부기구(NGO), 이익집단 등 다양한 구성체로 구성되어 있다. 정부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 통일적이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지만, 국가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국민이 주체이므로 통일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생각이 다르더라도 내 편으로 만들어 화합과 통합의 정치를 펴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 통치자의 정치력이자 덕목인 것이다.

정부비판적이면 빨갱이인가

참여연대의 유엔 안보리 서한 발송은 정부 입장에 상치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반국가적 이적행위는 아니다. ‘천안함 사건 규명을 위해서 조사가 더 필요하고, 모든 근거를 고려하고 한반도 평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공평하고 합리적 결정을 내려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어지럽힐 목적이나 적을 이롭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보수단체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참여연대를 고발하자 검찰은 이 사건을 공안부에 배당하여 수사에 착수했다. 정치적으로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빨갱이로 낙인찍는 데 악용된 국가보안법의 악령이 되살아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NGO들이 국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해 발언하고 의견을 유엔에 전달하는 일은 유엔에서 일상화된 일이다. 참여연대가 유엔 안보리에 천안함 서한을 보낸 것도 국제사회 일원으로 비정부 민간기구의 의무와 권리를 이행한 것이다.

NGO는 국가의 외교, 군사·안보에 관한 것이라도 정부와 독립하여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유엔이 다양한 의견을 수합하여 합리적 결정에 이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은 NGO의 활동을 매국노로 깎아내리면서 매카시즘과 같은 이념몰이를 하는 것이 오히려 스스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훼손하는 것이며 유엔 사무총장의 나라이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나라의 품격과 맞지 않는 일이다.

NGO활동 매국노 매도는 위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최고의 헌법적 가치다.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되려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민심을 파악할 수 있다. 천안함 침몰 후 대처·조사과정에서 정보를 독점한 정부가 국민에게 적시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많은 의혹이 생산, 유포되었다. 불신을 자초한 정부는 오히려 의문을 제기한 시민과 전문가를 명예훼손죄와 허위사실유포죄, 국가보안법으로 겁박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진실에 대한 기대와 진실추구의 과정을 억눌러서는 안 된다. 정부는 천안함 사건이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행위가 정부 입장과 다르다고 형벌로 위협하거나 국가보안법의 위력을 꺼내 보인다면, 알고 싶고 듣고 말할 자유와 욕구가 막혀 민주주의는 질식하고 후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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