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덕 의원과의 대화 - 김호기 교수 후기

2011.07.10 22:06
김호기 | 연세대 교수·사회학

어느새 ‘대화’가 스무 번을 넘어섰다.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 이상돈 교수를 ‘사회적으로’ 잘 알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거의 알지 못했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주목하게 됐던 것은 사물과 현상을 보는 이상돈 교수의 시각이었다. 얼마 전 출간한 이 교수의 <조용한 혁명>에서도 말한 바 있지만, 이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드문 ‘보수적 자유주의자’다. 이 교수는 시장, 성장, 공동체를 중시하면서도 진영의 논리가 아니라 사안의 성격에 따라 이슈들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이채로운 지식인이다.

이 교수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것은 이번 대화에서 만난 홍사덕 의원 역시 보수적 자유주의에 가까운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안정에 기반한 변화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홍 의원은 분명 보수주의자인 동시에, 진영의 논리를 벗어나 통일과 복지 등의 이슈에 대해서는 유연한 입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자유주의자이기도 하다. 보수적 자유주의를 지지하는 이들을 대학사회에서는 더러 만날 수 있지만,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렵다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홍 의원을 만나기 전에 위키피디아에서 검색해 보니 홍 의원은 1980년대와 90년대 초반에는 중도개혁적 야권에서, 199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는 무소속으로, 그리고 2000년대 이후에는 보수적 여권에서 활동해 왔다. 정치적 일관성의 측면에서 달리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홍 의원의 정치적 선택에는 지역주의 극복의 고민과 보수적 자유주의의 가치가 담겨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정치사회학 연구자로서 보기에 민주당의 과제가 모호한 정체성을 분명히하는 데 있다면, 한나라당의 과제는 자유주의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어느 나라를 보든 완고한 보수정당은 없다. 미국 공화당, 영국 보수당, 독일 기민당에서 볼 수 있듯이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들은 사회적 약자의 보호라는 진보적 가치를 적극 수용하는 중도보수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바로 이점에서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목표가 아니라 방법에 있다는 이야기를 포함해 홍 의원과 나눈 대화는 나름대로 음미할 대목들이 적지 않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화를 마치고 의사당 앞으로 나가 사진을 찍었다. 늘 손을 마주 잡은 채 어설픈 표정을 짓지 말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포즈를 취해달라는 이대근 편집국장의 조심스러우면서도 단호한 부탁에 따라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홍 의원은 시간이 되면 점심을 먹고 가라고 했다. 학교에 일이 있어 서둘러 떠나야 했지만, 홍 의원의 따뜻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예상컨대 내년 대선 국면은 정치인으로서의 홍 의원의 삶에서 중요한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목표가 아닌 방법에서 보수와 진보의 생산적 경쟁을 홍 의원이 리드해 주길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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