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당마을 친환경개발, 가장 보람있었던 성과”

정년퇴임한 1세대 조경학자 양병이 교수

“1990년대 초 서울에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는데, 여기 참석한 독일인 학자가 한국의 개발상을 보고 저를 꾸짖었습니다. 도심에서 산과 강을 볼 수 있는 훌륭한 환경을 지닌 나라에서 조경학자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요. 그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국내 첫 생태마을 조성에 참여하고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이끈 1세대 조경학자 양병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65·사진)가 31일 정년퇴임했다. 양 교수는 학자로서의 전환점으로 1992년 서울에서 열린 서울조경학자대회를 꼽았다. 그 이후 자신의 연구 주제도, 학문의 길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원래는 도시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1964년 서울대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 행정대학원 도시계획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원 졸업 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대학과 미시간대학에서 각각 조경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문당마을 친환경개발, 가장 보람있었던 성과”

그가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 충남 홍성 ‘문당마을 백년대계’ 프로젝트를 맡으면서부터다. 문당 주민들이 기금을 마련해 녹색연합을 통해 양 교수에게 마을발전계획 연구를 의뢰했다.

“생태마을을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던 반면, 일부 주민들은 당장 경제적 이득을 얻기 원했습니다. 마을 주민들과 끊임없이 논의한 끝에 생태적·경제적·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3대가 계속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마을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농촌마을이 어쭙잖은 개발로 망가지는 일이 다반사인데, 문당 환경농업마을은 친환경 농업과 생태휴가를 체험할 수 있는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에도 뛰어들었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시민들이 기금을 모아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있는 자연이나 문화유산을 사들여 보호하자는 것이다. 2001년 경지정리 사업으로 강화군 당산리 논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2급 식물 매화마름 군락지가 파괴될 위기에 놓였을 때, 양 교수가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전개한 것이 한국에 이 운동이 도입된 계기가 됐다.

“그린벨트가 해제되기 시작한 시점이었어요. 책을 통해 영국에서 이런 운동이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린벨트 해제 이후 개발 위기의 자연을 보호할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는 현재 사단법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당산리는 현재 질 좋은 쌀이 생산되는 곳으로 유명해졌다. 2009년에는 람사르 습지로도 지정됐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이후 주민들 사이에서도 매화마름 서식지를 보존할 방법을 논의한 끝에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친환경 농업이 결국 농촌과 농업의 미래”라고 말했다. 퇴임 후에도 양 교수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이달 내 친환경적 경관 조성을 위한 아이디어를 담은 <녹색도시 만들기>란 제목의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요즘 도심 자투리 공간을 공원으로 탈바꿈시키는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그는 “학자들이 연구실을 벗어나 한 발자국만 더 내디디면 현실이 바뀐다”며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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