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덮은 흰불나방 애벌레… 시민들 불편

2011.09.01 21:26 입력 2011.09.01 22:55 수정

주부 고은미씨(32·서울 광진구)는 최근 네살 난 딸과 집 앞을 산책하다 화들짝 놀랐다. 아이의 머리 위로 아기 새끼손가락만한 애벌레 두 마리가 툭 떨어졌기 때문이다. 놀란 고씨는 얼른 달려가 벌레를 털어내고 나무 위를 살펴봤다.

이미 구멍이 숭숭 뚫린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 잎사귀에는 애벌레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고씨는 “징그럽기도 하고, 혹시 아이에게 병균이라도 옮기지 않을까 걱정됐다”고 말했다.

박미숙씨(43·서울 송파구)는 “얼마 전 구청에서 방제작업을 했는데도 나방 유충이 여전히 많이 보인다”며 “아파트 단지 내 나무들도 말라죽어 가는 것 같다”고 했다.

1일 서울 광진구 극동아파트 인근의 플라타너스 잎이 누렇게 말라있다. 긴 장마로 인해 각 구청이 해충방제 시기를 놓치면서 흰불나방 유충이 급속하게 늘어나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1일 서울 광진구 극동아파트 인근의 플라타너스 잎이 누렇게 말라있다. 긴 장마로 인해 각 구청이 해충방제 시기를 놓치면서 흰불나방 유충이 급속하게 늘어나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실제로 1일 서울 송파구와 광진구 일대 주택가와 도로 주변에선 흰불나방 유충이 갉아먹어 구멍이 송송 뚫린 플라타너스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방제작업을 하면 유충들이 대부분 바닥에 떨어지는데 일부는 살아서 튀어오르기도 한다. 이걸 본 주민들이 놀라서 민원 전화를 많이 걸어온다”고 말했다.

서울 전역의 가로수에서 흰불나방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흰불나방이 급증한 것은 올 여름 쏟아진 폭우 때문이다. 7~8월에 비가 계속되면서 각 구에선 방제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송파구 관계자는 “통상 5월에 한 차례, 7~8월에 2차례 방제작업을 해왔는데 올 여름에는 거의 매일 비가 내리다시피해 8월 중순까지 방제할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비가 오면 방제 약품을 뿌려도 약이 그대로 씻겨 내려간다.

최근 날씨가 맑아지면서 각 구청은 본격적인 방제작업에 돌입했다. 광진구 관계자는 “방제작업을 하고는 있지만 워낙 개체수가 많아 완전히 제거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흰불나방 유충

흰불나방 유충

흰불나방은 플라타너스 등의 활엽수에 주로 서식하는 해충이다. 플라타너스는 2010년 말 기준으로 서울에만 7만9449그루가 심어져 있다. 가로수로는 은행나무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정부가 1961년 성장이 빠른 미국산 플라타너스를 대량으로 들여올 때 흰불나방도 ‘동반 입국’했다.

흰불나방은 한 번에 700여개의 알을 낳는다. 몸 길이 3~5㎝의 유충은 감나무, 사과나무 잎사귀와 열매는 물론 정원수 잎까지 닥치는 대로 갉아먹는다. 유충은 사람의 몸에 닿을 경우 피부병을 일으키기도 하고, 유충의 털은 각막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립생물자원관 무척추동물연구과 김태우 박사는 “외래종인 흰불나방은 국내 자연생태계에서 새에게 자연적으로 먹히는 먹이사슬 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인공적으로 방제를 해야만 없앨 수 있다”면서 “이미 100% 국내에 정착한 상태여서 흰불나방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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