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이후 SNS 누리꾼의 말,말,말

2011.11.01 19:35

10·26 재·보선으로 후끈 달아올랐던 10월 마지막주였습니다. 특히 관심을 모았던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시민후보가 겨뤘던 서울시장 보선 결과, 어떻게 보셨습니까.

‘시민정치의 부상’이라는 크고 넓은 정치적 해석이 쏟아져나왔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누리꾼들의 촌철살인 선거진단도 가히 정치평론가 수준입니다.

누리꾼 @te*****는 서울시장 보선과정을 다음 한줄로 요약했습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가카가 농사를 지어, 안철수 원장이 쌀을 수확해, ‘나는 꼼수다’가 최신 쿠쿠밥통까지 사줘가며, 박원순에게 ‘밥을 지으라’ 넘겨준 것. 이젠 나경원 후보가 손수 반찬도 해주는데 박원순 캠프, 자꾸 죽 버튼 누르지 마세요.”

방송인 김미화씨는 박원순 당선을 축하하면서 모든 공을 스티브 잡스에게 돌렸습니다. “오늘같은 밤을 선물해준 ‘스티브 잡스’에게 감사하며 잠자리에 들겠습니다. 내 친구 잡스…고마워요!!” 아이폰이 없었다면 이처럼 어마어마한 ‘소셜캠페인’은 힘들었을 거라는 뜻이죠.

신임 시장이 SNS 소통에 경쟁력을 자랑하는 분이어서일까요. 주문과 부탁도 쏟아집니다.

공연연출가 탁현민씨는 27일 트위터로 “오늘부터 박원순을 언팔(트위터 친구맺기를 끊는 것)한다. 우리가 원했던 변화는 그가 아는 사람, 가까운 사람, 도움줬던 사람들로부터 자유롭게 자신의 시정을 펼치는 것이므로. 박원순 시장, 가장 독한 시장이 되시길”이라고 주문합니다.

@pa****는 박 시장의 첫 임무로 “서울시에서 집회로 고소·고발당한 사람들의 소송을 몽땅 취하”할 것을 꼽았습니다. @mi****는 “박원순, ‘시청광장은 앞으로 시민의 것이다’, ‘용산참사와 같은 일이 서울땅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이 두 마디만으로 그를 선택한 것이 옳았음을 보여줍니다”라고 기대감을 보였습니다.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제 ‘똥치는 재단’ 이사장이 될 것. 너무 조급하게 변화를 기대하지 말고 여유로운 마음으로”(@oh****), “사실 박원순씨가 된다고 해도 갑자기 뭔가 우다다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서 이 투표는 끝이 아닌 시작이 되어야 합니다.”(@ch*****)

서울시장 참패가 여권에 던진 충격파는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재·보선 이후 정부여당이 보여준 반응을 보면, 한나라당이 20~30대 젊은 유권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SNS를 비롯한 온라인에서 무력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듯합니다.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은 27일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보여준 젊은 세대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고 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말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청와대가 같은 날 ‘명박산성’ 어청수 전 경찰청장을 청와대 경호처장에 임명한다고 발표한 것이 더욱 불신을 키웠습니다.

@du****는 “‘선거에서 보여준 젊은 세대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이명박 ‘데스노트’에 기재→어청수 경호처장 임명...이것이 가카의 사는 방식”이라고 비꼬았습니다. @fa*****라는 누리꾼은 ‘나는 꼼수다’에서 자꾸 쓰이는 말을 가져와 “전지적 가카시점의 유체이탈화법”이라고 하고, @re*****는 “언행일치 찬양!! 대단하십니다”라고 했네요.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공감과 쇄신으로 중시하는 ‘디지털 노마드’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홍 대표가 온라인과 SNS를 제대로 이해한 건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가 많네요.

“홍준표의 ‘디지털 노마드’를 평상어로 풀면, ‘우리 쪽 알바’”(@re****), “디지털 노마드라 쓰고, 십만알바 양성선언이라고 읽는다”(@sh****)라고 평가절하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서울시장 보선 패색이 짙어가던 지난 26일 밤, 홍 대표는 ‘내맘대로 선거진단 2탄’을 날리고 한나라당 당사를 나가버렸습니다. “나머지 지방자치단체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이겼다고도 볼 수 없고, 졌다고도 볼 수 없다.”

홍 대표는 지난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율 33.3%를 넘지 못하고 25.7%에 그친 것을 두고 “사실상 오세훈 시장의 승리”라고 말해, ‘사실상 패러디 놀이’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죠.

홍 대표의 ‘무승부’ 발언에 대해 누리꾼 @Ma*****는 트위터로 “개그 원로 홍준표의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다’라는 발언에, 눈물을 흘려버렸다. 이것도 애정남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인지~”라고 합니다.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애정남’은 요즘 KBS <개그콘서트>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코너죠. 애정남, 참으로 바쁠 것 같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이른바 ‘유명인’ 투표독려 금지 지침에 대해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유명인은 참 애매한 기준인데, ‘애정남’이 깔끔하게 정리해줬으면 좋겠네요”라고 SOS를 친 데다, 홍 대표에게 선거패배의 기준도 정해줘야 할 상황이니 말입니다.

또 다른 누리꾼 @da*****는 홍 대표의 발언을 놓고 ‘언어 번역기’를 돌려봤다고 합니다. “홍준표 언어 번역기,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다’→‘져서 쪽팔리지만 아무도 나를 당대표에서 몰아내선 안된다’” @Re****는 “화술의 달인 ‘눈썹’ 홍준표 선생께서는 무한도전 애청자이신가 봅니다. 정준하씨의 대사를 벌써 차용하셨잖아요. 역시 국민이 웃게 하는 세상에 앞장서시네요”라고 촌평합니다.

한나라당이 온라인 세상에서 일말의 온기를 느끼는 데는 아직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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