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민심’에는 정파도 성역도 없다

2012.02.07 19:28 입력 2012.02.07 19:29 수정
이고은 기자

‘트위터 민심’은 여야,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습니다. 그동안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이용자들이 진보적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트위터와 별로 친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상 지지층보다 ‘반한나라당’ 세력이 더 많이 포진하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고요.

하지만 트위터 사용자들의 마음속에는 ‘정파’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일이 최근에 있었죠. 일주일이 넘도록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한명숙 계정 언팔 운동(이하 언팔 운동)’입니다. 이는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의 트위터 계정(@HanMyeongSook)을 팔로잉하던 트위터 이용자들이 팔로잉을 해제하자는 운동을 벌인 것인데요. 민주통합당 출범과 대표 선출 이후 한 대표와 민주통합당의 행보에 문제의식을 느낀 트위터 이용자들이 집단적으로 비판·항의의 뜻을 표현한 운동입니다.

[e-세상 속 이 세상]‘트위터 민심’에는 정파도 성역도 없다

사건은 지난달 31일, ‘요지경’이라는 닉네임의 트위터 사용자(@yoji0802)가 올린 멘션에서 시작됐습니다. ‘요지경’은 트위터에 “한나라 야합으로 석패율제를 결정한 도로 민주당 한명숙 대표를 규탄합니다. 방금 한 대표를 언팔했고, 오늘 이후 어차피 대표 당선 후 멘션도 없는 한 대표 계정 언팔 운동 하겠습니다”라고 썼습니다. 글 말미에는 ‘#한명숙계정언팔운동’이라는 해시태그(관심어 꼬리표)를 달았죠. 그는 야권 연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민주통합당이 한나라당과 함께 석패율제를 도입키로 한 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책이 미비한 점, 김진표 원내대표 등 구민주당 세력의 문제점 등을 연이어 비판했습니다.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타임라인에는 이 멘션을 RT(리트윗)하거나 똑같은 꼬리표를 붙인 멘션 등이 잇따랐고, 한 대표와 민주통합당에 대한 쓴소리가 줄을 이었습니다. @go***21은 “우리들의 지지가 우리들의 승리가 아닌 저들(민주통합당)만의 승리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며 언팔 운동에 동참한다고 밝혔고요. @ar***zoa는 “소탐대실하는 얼빠지고 오만한 민주당에 옐로카드를. 정신 못 차리면 레드카드도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명숙 언팔 운동은 민주당을 향한 시민들의 애정 어린 외침”(@jo***ee1)이라는 글도 있었죠. 한때 18만명에 육박했던 한 대표의 팔로어 수는 언팔 운동 직후 16만6000명대로 떨어졌습니다.

한 대표는 민주통합당 대표로 선출될 때 모바일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온라인에서 지지를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온라인에서 뭇매를 맞았으니, 역설적이지요. 한 대표는 언팔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소통하지 않으면 이명박 대통령과 똑같은 법”이라는 비판을 들었습니다. 한 대표는 6일에야 “트친님들 목소리, 하나도 빠짐없이 듣고 있습니다. 약속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다 짜내고 있습니다. 더딜 수도 있지만, 지켜봐 주세요”라고 글을 남겼습니다.

이처럼 SNS는 기성 정치판의 잣대로 볼 수 없는, 가장 솔직한 민심이 쏟아져나오는 공간입니다. 정파도 성역도 없습니다. 어제의 지지자도 오늘의 비판자가 될 수 있고, 또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겠지요. 최근 뜨거운 논쟁이 벌어진 ‘나꼼수 비키니 시위’도 마찬가지입니다.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 <나는 꼼수다>에 무한한 애정을 보내왔던 누리꾼들은 이번 비키니 시위에 대한 <나꼼수> 측의 반응에도 냉정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우선 정치적 사안에는 진보적이면서도 여성에 대해서는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태도를 보인 ‘나꼼수 마초이즘’을 질타하는 입장이 있죠. 소설가 공지영씨 등도 불쾌감을 토로하고 여성단체의 사과 요구도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판적인 입장이 주류 언론사들로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자, 이번엔 ‘엄숙주의’를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재반박이 이어집니다. 비키니 시위를 한 여성은 “나꼼수가 사과하는 건 나의 뜨거운 가슴으로부터의 진실된 외침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사과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자 여성 누리꾼 카페들의 대표 격인 이른바 ‘삼국카페(소울드레서, 쌍화차코코아, 화장발)’는 “표현의 자유가 아닌 여성을 보는 시각의 문제”라며 “나꼼수에 가졌던 무한한 애정과 믿음, 동지의식을 내려놓는다”고 선언했습니다.

무조건적인 ‘<나꼼수> 사랑’을 보내주는 공간 같던 SNS는 이렇게 살아 움직이며 어떤 권력이든 비판하고 재평가합니다. 이런 일들을 보면 SNS가 모든 이들이 공평하게 발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하게 ‘표현의 자유’가 살아있는 공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진보와 보수, 좌와 우의 구시대적인 이분법으로 갈린 우리 사회의 경직된 여론이 다양한 얼굴들로 나타나는 곳이 되리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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