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트남 FTA, 대기업은 이익·농가는 피해”

2013.09.22 22:35 입력 2013.09.23 13:48 수정

현지에 생산공장 둔 삼성·LG전자 관세 이득

값싼 농산물 밀려와 국내 농업은 타격 예상

한국과 베트남 간 체결 예정인 자유무역협정(FTA)이 수출 대기업에는 이익을 주지만 농어민에게는 피해를 안겨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베트남 현지에 전자기기 생산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한국에서 들여다 쓰는 전자부품의 관세가 낮아져 득을 보지만 국내 농업과 식품 분야는 값싼 베트남산이 밀려들어와 소득 감소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은 베트남 방문 자리에서 내년까지 한·베트남 FTA를 높은 수준으로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정식 의원(민주당)의 자료를 보면 지난 2~3년 사이 베트남으로 스마트폰 전자 부품 등의 수출이 급증했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베트남에 정보기술(IT) 투자와 현지 생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2011년 한국의 베트남 10대 수출품목 중 전자제품 조립을 위한 부품은 3개에 불과했지만 2012년 5개, 2013년 7월에는 6개로 늘었다. 이들 품목의 수출액도 2011년 18억6000만달러에서 올해 7월 말 현재 30억3000만불로 2년 새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한·베트남 FTA, 대기업은 이익·농가는 피해”

베트남은 앞으로 한국 IT 대기업의 가공 기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연간 1억2000만대 수준인 베트남 공장의 휴대전화 생산능력을 2015년 2억4000만대로 늘릴 예정이다. LG전자도 15억달러를 투자해 전자제품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 현지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24억달러어치의 제품을 수출,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11%를 차지했다. 올해는 수출이 더욱 늘어 8월까지 152억달러를 기록했다.

조정식 의원은 “한·베트남 간 FTA가 체결되면 한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베트남 현지에서 제품을 조립·수출하는 대기업은 큰 혜택을 얻게 된다”고 밝혔다. FTA가 발효되면 베트남 정부가 한국산 전기·전자·화학·기계 등 제조업 제품에 매기는 관세율(현재 4~10% 수준)이 지금보다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농업·식품 분야는 타격이 예상된다. 베트남 쌀 등에 부과한 44%의 관세율을 낮출 수 밖에 없어 베트남산 곡류와 농산물 수입이 지금보다 6억~7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FTA를 활용해 대기업이 외국에 공장을 증설할 경우 국내에서는 투자나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조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적인 해외순방 결과라고 알려진 한·베트남 FTA 체결은 농업과 식품 산업을 희생하면서 특정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에 불과하다”며 “한·베트남 FTA에 관해 광범위한 여론을 수렴하고 피해 분야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준식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이미 베트남에서 내수용과 수출용 부품 수입에 대해서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어 FTA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베트남 정부는 현재 외국 휴대폰 제조사들에게 원자재와 부품 등에 부과되는 세금을 일부 면제해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도 휴대폰 제조 및 조립에 필요한 원자재와 부품에 5년간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베트남간 FTA가 체결되면 5년 기한에 관계 없이 무관세 등의 혜택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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