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남미서 시작된 새 정치 운동 ‘부엔 비비르’ 소개
볼리비아와 에콰도로는 2000년대 후반 헌법에 ‘부엔 비비르’(Buen Vivir)를 헌법에 명기했다. ‘좋은 삶’이란 뜻의 부엔 비비르는 그런 삶과 함께 자연의 권리를 강조한 말이다. 안데스 지역의 토착 전통과 가치에 근거한 부엔 비비르는 물질적 풍요를 겨냥하는 서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개념이다.
‘녹색평론’은 1~2월호에 특집으로 부엔 비비르를 다룬다. 독일 녹색당과 제휴 관계에 있는 하인리힐뵐재단이 2011년에 낸 영문 팸플릿을 번역한 것이다. 재단의 리우데자네이루 사무실에서 일하던 토마스 파토이어는 복합적인 이 개념의 의미와 정치적 기원을 자세히 소개한다.
안데스 산맥의 가난한 두 나라가 자연을 권리를 가진 법적 실체로 여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라틴 아메리카에 등장한 진보적 정부들은 신자유주의적 모델을 거부하지만, 그렇다고 자연자원 개발을 멈춘 것은 아니다. 이 지역의 전통적 좌파는 사회적 권리를 강화하면서도 성장을 추구한다. 브라질과 베네수엘라가 이 점에서 공통적이다. 부엔 비비르는 축적과 성장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목표로 하는 일종의 균형 상태다. 토착민들의 ‘생명의 문화’를 반영한 이 가치는 ‘훼손되지 않는 자연’, ‘지혜의 길’을 헌법에 명시했다. 특히 볼리비아는 ‘어머니 대지의 권리에 관한 보편적 선언’을 언급한 법률을 2010년 12월 채택했다. 볼리비아는 국제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거래 계획에 삼림을 포함하는 것을 완강히 거부했다. 에콰도르는 2007년 열대우림 복판의 야수니 국립공원에 상당한 석유가 매장된 것을 발견했지만, 그 석유를 땅속에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다. 파토이어는 “자원 채굴에 크게 의존하는 남미의 두 가난한 국가가 헌법과 법률을 통해 자연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려는 시도는 괄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말한다.
헌법·법률적 지위를 얻었다고 부엔 비비르가 곧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부엔 비비르는 라틴 아메리카의 좌파 내에서도 ‘자폐적 좌파’라는 비판을 받았다. ‘헌법 포퓰리즘’ ‘헌법 시(詩)’라는 조롱도 받았다. 텍스트와 실제 현실 사이의 불일치도 문제가 있다. 사회운동가들은 자원 개발 문제가 불거질 때 정부가 새 헌법의 정신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하곤 한다.
파토이어는 그럼에도 부엔 비비르가 ‘구축 중에 있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개념은 국가의 프로파간다용 슬로건으로 퇴행하지 않으면서 대화의 주제로 남아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