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까지 진료 ‘달빛어린이병원’ 가보니 “링거만 꽂는 응급실보다 진료비 싸고 안심”

2015.02.05 21:46 입력 2015.02.05 21:57 수정
최희진·권기정·노도현·배장현 기자

맞벌이 부부 자녀 많아 병원 옆엔 약국 있어 편리

전국 9곳 시범 운영 ‘인기’… 정부, 연내 최대 20곳 확대

지난 4일 밤 9시를 막 넘어선 시각. 경기 평택시 성세병원은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들로 소란스러웠다. 어린이 20여명은 의자 위를 기어오르거나 진료대기실 안을 뛰어다녔고, 부모들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차례를 기다렸다. “사랑이 들어오세요.” 간호사가 이름을 부르자 대기실에 앉아 있던 젊은 아빠가 세 살 여자아이를 번쩍 안고 진료실 안으로 사라졌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달빛어린이병원’ 시범사업에 참여한 성세병원 소아과는 평일과 주말 자정까지 어린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배치된 달빛어린이병원은 야간 응급상황뿐 아니라 낮에 병원에 갈 수 없는 맞벌이 부부들이 즐겨 찾고 있다. 3개월간 전국 9개 시범 병원을 찾은 사람만 10만명을 넘었다. 심야의 의료 숨통을 열어주는 병원으로 알려지면서 갈수록 성황을 이루고 있다.

4일 오후 11시54분쯤 부산 서면 온종합병원에서 감기 증세를 보이는 어린이를 데리고 온 보호자가 외래수속을 하고 있다. | 권기정 기자

4일 오후 11시54분쯤 부산 서면 온종합병원에서 감기 증세를 보이는 어린이를 데리고 온 보호자가 외래수속을 하고 있다. | 권기정 기자

이날 성세병원에도 퇴근 후 아이를 데리고 온 아빠들이 적지 않았다. 밤 10시쯤 아들 해민군(8)과 함께 병원을 찾은 송제영씨(36)는 “아이가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하는데 이 시간까지 하는 병원은 주변에 여기 하나뿐”이라며 “응급실은 진료비가 비싸고 열이 나면 링거를 놓는 정도지만 이곳은 진료비도 저렴하고 약도 처방해줘서 좋다”고 말했다. 달빛어린이병원 부근에는 자정까지 영업하는 ‘달빛어린이약국’이 운영되고 있다. 오후 6시부터 성세병원에서 진료받은 어린이 환자는 130명이었다.

부산 달빛어린이병원인 서면 온종합병원에도 이날 오후 11시54분 어린이 환자가 들이닥쳤다. 김모씨(32)가 고열 증세를 보이는 아들(15개월)을 안고 문 닫기 직전 뛰어들어온 것이다.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는 의사의 진단에 김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진료비가 7000원인 것에 다소 놀란 눈치였다. 그는 “자정이 지나서 진료가 끝났는데도 정부 지원이 있어서인지 진료비가 적다”고 말했다. 이날 온종합병원의 야간진료를 이용한 어린이 환자는 62명이었다. 이 병원 직원 박정훈씨는 “환자 대다수가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으로 열감기, 설사, 복통 등을 호소하며 찾아오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만족도 조사에서는 달빛어린이병원 이용자의 94%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은 전국에 9개뿐이다. 수도권에선 성세병원이 유일해 당진·천안·수원·이천·용인 등에서도 환자들이 찾아오고 있다. 감기에 걸린 두 살짜리 딸을 데리고 온종합병원을 찾은 주부 이모씨(34)는 “경험이 많은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 마음이 놓인다”며 “늦은 밤에도 아기들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올해 시범사업 참여 병원을 추가 공모해 현재 9개에서 연내에 2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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