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인 강제징용’ 외면

“한국정부는 뭐하고 있는지 부끄러워… 난 일본 상대로 죽도록 싸울 겁니다”

2015.07.26 21:46 입력 2015.07.26 21:57 수정

미쓰비시와 16년째 소송 중인 양금덕 할머니

“기어이 죽도록 일본을 상대로 싸울 겁니다.”

[일본 ‘한인 강제징용’ 외면]“한국정부는 뭐하고 있는지 부끄러워… 난 일본 상대로 죽도록 싸울 겁니다”

광주 서구 양동의 한 단칸방에서 털털거리며 돌아가는 낡은 선풍기는 무더위보다도 할머니의 울분을 식히는 듯했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16년째 손해배상 소송을 벌이고 있는 양금덕 할머니(87·사진)는 26일 “요즘처럼 마음에서 천불이 인 적이 없다. 사죄도 못 받고 대못을 박은 채 죽을 것만 같다”며 가슴을 쳤다. 일제강점기인 1944년부터 18개월 동안 전남 나주에서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 항공기 제작소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했던 양 할머니는 1999년부터 일본과 한국 법원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에서패소했지만 한국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양 할머니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미쓰비시 측은 지난 13일 대법원에 항소했다. 이런 미쓰비시가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강제노역 피해자들에게는 사과와 함께 배상을 하겠다고 하면서 한국은 쏙 뺐다. 양 할머니는 “일본의 태도는 늙은 우리한테 ‘어서 죽으라’는 심보인 것 같아서 분이 난다”면서 “양심 없는 짓을 하는 일본에 돈보다는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며 눈물을 훔쳤다. 지난 8일 일본 도쿄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의원들과 관련 단체를 상대로 열린 ‘광주고법 강제징용 피해배상 소송 승소 보고대회’에 참석하기도 했던 양 할머니는 미온적인 한국 정부의 태도도 지적했다.

그는 “보고대회에 참석한 일부 일본 의원들이 내 손을 잡아주며 ‘고생했다’고 말해줬을 때 한국 정부는 뭐하고 있는지 부끄러웠다”면서 “정부가 관심을 갖지 않으니까 또다시 이런 눈물 흘릴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신문에 꼭 좀 강하게 써서 우리 한을 죽기 전에 풀어 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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