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히치콕과의 대화| 프랑수아 트뤼포

2017.08.16 23:20 입력 2017.08.16 23:21 수정
정성일 영화평론가·감독

구구절절한 시네필들의 우정

[정성일의 내 인생의 책] ③ 히치콕과의 대화| 프랑수아 트뤼포

그때 트뤼포는 새 영화 <화씨 451도>가 잘 진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생겨난 공백을 이용하여 그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야심적인 기획에 착수하기 위하여 앨프리드 히치콕에게 편지를 썼다. “당신이 세계 최고의 감독임을 증명하기 위하여 인터뷰를 희망합니다.”

히치콕은 프랑스 비평가 출신의 이 젊은 영화감독에게 기꺼이 시간을 내어줄 만큼 마음이 움직였다. 1962년 8월13일 월요일 아침 9시부터 일주일 동안 영화 사상 가장 위대한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녹음기에 담았다. 그 내용이 바로 <히치콕과의 대화>이다.

이 책이 얼마나 굉장한지를 설명하기에는 지면이 너무 작다. 나는 다른 이야기를 하겠다. 이 책을 나는 대학교 시절 단행본이 아니라 연재를 통해 삼년에 걸쳐 읽었다. 이 책을 일본 최강의 시네필 야마다 고이치와 하스미 시게히코가 번역해서 일본 영화잡지 ‘키네마 준보’에 연재를 시작했다(그때는 이들이 얼마나 굉장한지 미처 알지 못했다). 그들은 의미가 잘 잡히지 않는 대목은 트뤼포에게 직접 연락하여 일일이 물어보았고 그걸 다시 주석에 달았다. 구구절절 내용도 훌륭했지만 내 마음을 감동시킨 것은 파리와 도쿄로 이어지는 시네필들 사이의 우정이었다.

그들은 오직 히치콕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세상에 알리기 위하여 온갖 귀찮은 과정을 마다하지 않고 최상의 번역을 통해 단 한 명이라도 더 열렬한 신도를 만들어내려 노력하고 있었다. ‘나는 당신들의 마음을 알아요.’ 나는 매달 잡지를 복사 가게에 들고 가서 그 페이지만 복사한 다음 연재 순서에 따라 한 권의 책으로 만드는 과정의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연재가 끝났을 때 마침내 전 세계 단 한 권밖에 없는 나만의 <히치콕 트뤼포 인터뷰집>을 완성할 수 있었다. 나는 이 복사 제본 판본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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