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콘텐츠가 미래다

10·20대들 유튜브로 이동…동영상서 밀린 네이버의 위기

2018.10.19 06:00 입력 2018.10.25 11:24 수정

‘영상 플랫폼’ 빠르게 온라인 잠식

대형 기획사들 앞다퉈 유튜브 진입

[창간 기획-콘텐츠가 미래다]10·20대들 유튜브로 이동…동영상서 밀린 네이버의 위기

“네이버의 기능은 ‘길찾기’ 정도일 뿐 검색으로는 안 써요.”

고등학생 김성연양(18)은 지난달 통신윤리 수업 발표시간에 사용할 자료를 찾기 위해 유튜브 검색을 이용했다. 김양 친구들도 주로 유튜브를 이용해 자료를 조사했다. 네이버 검색은 ‘너무 윗 세대’가 쓴다고 생각한다. 기사, 댓글, 영상, 음악이 모두 따로 떨어져 있는 화면도 불편하다. 김양은 기사를 볼 때도 유튜브를 이용한다. 김양은 “유튜브는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데 네이버는 똑같은 기사들과 30~40대가 쓰는 블로그뿐”이라며 “유튜브를 이용하면 정보를 더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 문화 콘텐츠의 유통시장을 지배하며 국내 1위 ‘공룡 포털’로 군림하던 네이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변화 때문이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이 영상 중심 플랫폼으로 네이버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네이버에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는 유튜브다. 유튜브는 단순한 영상 시청 플랫폼을 넘어 정보검색 창구로 발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의 지난 3일 조사 결과를 보면, 10대의 경우 정보검색에 네이버(90.4%) 이용이 유튜브(63.2%)보다 많았지만 다른 연령층과 비교하면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찾는 10대는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른 연령층은 20대 36%, 30대 31.2%, 40대 40%로 나타났다. 나이가 어릴수록 영상을 통한 정보 습득에 익숙한 것이다. 위기감을 느낀 네이버는 올해 검색 서비스를 개편하면서 검색 결과에서 영상 정보를 예측할 수 있는 ‘영상 크게 보기’와 ‘바로 재생’ 기능을 추가하고 영상과 관련 있는 검색어를 추천하는 기능도 더했다.

유튜브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앱으로 영상 콘텐츠 제작자를 공략했다. 제작자인 ‘유튜버’에게 수익을 분배하는 광고 방식을 채택해 엄청난 규모의 영상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 1월부터 유튜브 채널 ‘미니비니’를 개설하고 ‘먹방’ 등 영상을 올리고 있는 유튜버 임정빈씨(27)는 “사람들에게 사소한 일상을 공개하는데도 좋아해주니까 재미를 느낀다. 영상을 본 사람들의 소감을 들을 수 있고 소통하기 쉬워서 유튜버가 됐다. 구독자수와 조회수에 따라 광고수익을 배분해주는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말했다. 또 임씨는 “처음부터 영상을 당연히 유튜브에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네이버는 영상 콘텐츠의 다양성이 없고 한국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네이버는 그냥 뉴스를 보는 곳이 됐다”고 했다.

임씨는 네이버의 지나친 광고도 지적했다. 네이버 영상에 앞서 봐야 하는 광고 길이가 15초 이상이라 시청자가 보기 불편하다는 것이다. 임씨는 광고 없는 영상을 즐기기 위해 유료 서비스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하고 있다. 네이버 영상 앞에 붙는 ‘15초 광고’는 네이버에 영상을 공급하는 국내 방송사들이 광고판매 대행사를 통해 요구한 계약 조건이다. 네이버가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받아들인 계약 조건이 오히려 이용자를 떠나게 만들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사용자의 유튜브 이용시간은 지난 6월 289억분으로 2016년 3월(79억분) 대비 3.7배 늘었다. 네이버 앱은 2016년, 카카오톡 앱은 2017년 이미 유튜브에 추월당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유튜브를 새로운 유통 플랫폼으로 주목하고 있다. SM, YG, JYP 등 3대 연예기획사의 합산 유튜브 매출은 지난해 117억원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77억원으로 늘어났다.

페이스북도 지난해 여러 이용자가 실시간으로 영상을 시청하며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영상 플랫폼 ‘워치’를 선보였다. 워치는 이용자의 관심사를 파악해 인기 영상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페이스북은 지난 8월부터 워치를 전 세계로 확대 출시하고 중간광고를 도입해 영상 제작자의 수익 창출도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엠넷 <M2>, JTBC <스튜디오 룰루랄라>, SBS <모비딕> 등 디지털 채널이 영상 콘텐츠를 워치에 공급한다. 각종 스마트폰과 스마트TV에서도 워치를 이용할 수 있다. K팝 혼성그룹 카드는 데뷔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 라이브와 워치를 이용해 최신 앨범 뮤직비디오를 공유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중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월 이용자수는 2016년 8월 1896만명에서 올해 7월 1580만명으로 16% 감소했다. 카카오톡과 연동한 국내 SNS 카카오스토리도 월 이용자수가 같은 기간 1421만명에서 1048만명으로 26% 줄었지만 인스타그램은 539만명에서 777만명으로 44% 급증했다. 네이버는 2015년 3월 인스타그램을 따라 사람이 아닌 해시태그(#)를 팔로우하는 관심사 기반 사진 중심 SNS ‘폴라’를 내놓았지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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