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 늑장 판정…사망 후 결과”

2019.06.26 20:57 입력 2019.06.26 21:00 수정

특조위, 불합리한 사례 발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이 2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잘못된 피해 지원 사례를 증언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이 2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잘못된 피해 지원 사례를 증언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정부의 ‘탁상 지원’에 이중고
턱없는 의료비, 임의 삭감도
폐암 모니터링 석 달 뒤 통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정부의 잘못된 지원 행태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200~500일 걸리는 피해등급 판정 소요 시간 때문에 신청자 사망 뒤에야 판정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 특조위)는 임의로 의료비를 삭감하는 행태, 비현실적으로 부족한 간병·생활 수당, 교통비 미지급, 지원금 임의 공제, 각종 늑장 행정과 부적절한 건강 모니터링 등 9가지 잘못된 피해 지원 사례를 26일 발표했다.

특조위는 이날 서울 중구 특조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신청자 6446명 중 정부 인정 피해자는 824명으로 전체의 약 12.8%에 불과한데, 이들조차도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한 지원 방식 때문에 오히려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황전원 사회적참사 특조위 지원소위원장은 “60일 이내에 피해 신청자들의 피해등급을 결정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200~500일 이상 판정 소요기간이 걸려 피해자가 사망한 뒤에야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며 “행정편의적이고 자의적인 정책이 판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증언했다. 김희주씨(45)는 지난 1월14일 건강 모니터링 검사를 받은 뒤 담당 교수에게 ‘이상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 1월18일 영상판독 결과 폐암 징후가 발견됐다. 모니터링 기관은 폐암일 수 있다는 중요 정보를 3개월 뒤에야 김씨에게 알렸다. 모니터링 결과 통보 기한이 3개월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처음에 오진을 한 교수에게도 화가 나지만, 환경보건센터 등 담당기관의 행정 처리에도 화가 난다”며 “운이 좋은 건지 폐암 1기에 절제수술을 했는데, 나중에 (환경보건센터 직원의) 전화가 와서 (이 직원이) 사과도 없이 ‘뭘 원하냐’고 모욕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태종씨(64)는 폐의 13%만 남은 아내를 간병하면서 극단적인 선택과 ‘존엄사’까지 고민한다고 했다. 김씨 아내는 폐질환 3단계 판정을 받았고 2017년부터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산다. 김씨는 “아내를 하루 24시간 간병해야 하는 처지지만, 최고등급 요양생활수당(월 약 99만원)·2등급 간병비(하루 약 5만원)가 턱없이 부족해 사비를 털어 간병해야 한다”며 “혈압계, 병원침대, 기저귀, 물티슈 등 간병에 필요한 의료기기는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원받지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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