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군인 “여군 복무 희망”…현실은 ‘장애 판정’

2020.01.16 12:09 입력 2020.01.16 21:22 수정

육군 남성 부사관, 심신장애 3급 받아 전역 결정 가능성

군인권센터 “의학적 근거 없어…관련 복무 규정 필요”

육군에 복무 중인 남성 부사관(하사)이 휴가 중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여군 복무를 희망하고 있다. 국군 창설 이후 복무 중 성전환을 한 군인이 복무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건 처음이다.

16일 군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ㄱ부사관은 지난해 12월 부대 허가를 받고 태국에 가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그는 기갑병과 전차승무특기로 임관해 전차(탱크) 조종수로 복무해왔다. 입대 이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체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장기간 호르몬 치료를 받았고, 국군 수도병원에서 정신과 진단도 받았다.

ㄱ부사관은 성전환 수술 이후 군병원 의무조사에서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육군은 오는 22일 전역심사위원회를 열어 복무 여부를 결정한다. ㄱ부사관은 관할법원에 신청한 성별정정허가 결정 이후 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군인권센터는 ㄱ부사관이 군 복무를 이어가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김대희 가톨릭대 응급의학과 임상 조교수의 소견을 인용해 “고환 절제술을 시행하는 경우 불임, 성기능 상실, 발기부전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부작용은 호르몬 대체요법 등으로 완화될 수 있다”며 “고환 절제술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군 복무 부적합 판정을 할 의학적 근거는 매우 부족하다”고 전했다. 군인권센터는 이 소견을 근거로 육군본부가 ㄱ부사관에게 심신장애 3급을 판정을 내린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트랜스젠더 군인이 1만5000여명(추산)이라며 전역심사위에서 성전환을 이유로 ㄱ부사관의 전역 결정을 내려선 안된다고도 했다.

군인권센터는 “현행 국방부령이 군에서의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성주체성 장애’로 취급하지만 이는 국제 기준에 어긋난다”며 “국방부가 현행 국방부령을 개정하고 이미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군인이나 입대를 희망하는 트랜스젠더에 관한 지침과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미국 정신의학협회 ‘DSM-5’(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에서는 ‘성 주체성 장애’가 삭제되고 ‘성별 부조화’로 바뀌었다. 성전환이 정신질환이 아니라 하나의 정체성이라는 취지의 변경이다. 현행 국방부령에는 DSM-5가 반영되지 않았다.

육군은 법에 정해진 절차를 거쳐 복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ㄱ부사관은 생식기를 절제해 의무심사에서 심신장애 3급을 받은 만큼, 전역심사위원회를 열어 그 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군인사법에는 ‘심신장애로 인해 현역으로 복무하는 것이 부적합한 사람은 각 군의 전역심사위의 심의를 거쳐 전역시킬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전례에 비춰 전역심사위는 전역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ㄱ부사관은 여성으로서 군 복무를 이어갈 가능성도 낮다. 군인이 복무 중 성별을 변경했을 경우 처리 기준을 명시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육군은 인력 정책에 따라 남녀를 구분해 간부 정원을 정한다. 각각 다른 기준으로 간부를 선발하고 있다.

ㄱ부사관은 육군이 전역 결정을 내리면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피우진 전 보훈처장도 유방암 수술을 이유로 2급 장애판정을 받아 강제퇴역 조치를 당했지만 2008년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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