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플라스틱 좀비’에 신음하는 환경

2022.04.22 22:15

[책과 삶]‘플라스틱 좀비’에 신음하는 환경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미카엘라 르 뫼르 지음·구영옥 옮김
풀빛 | 144쪽 | 1만4800원

인류학자이자 사회문제를 연구하는 저자가 ‘플라스틱 마을’로 불리는 베트남의 민 카이 마을에서 플라스틱 재활용의 진실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은 짧은 르포집이다.

‘100% 생분해되는 비닐봉지’ 등 쓰고 나면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광고를 하는 일회용품은 소비자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책에 따르면 이는 과장 광고다. 일회용품이 생분해되려면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환경이 제공되어야 하는데, 이런 조건의 매립지는 국내에 없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2018년 중국은 플라스틱을 포함한 24종의 유해물질 수입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수십년 동안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 ‘재활용’을 위해 유입되는 폐기물 거래의 중심 고리였던 중국의 선언에 이제 ‘쓰레기’들은 베트남으로 몰려든다.

민 카이 마을엔 입구부터 쓰레기 더미들이 쌓여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열악한 시설의 재활용 공장으로 옮겨져 세척된 뒤 열가소성 폴리머와 섞여 녹는 과정을 거쳐 플라스틱 알갱이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재활용 플라스틱은 다시 ‘깨끗한 플라스틱 봉투’로 재탄생한다. 저자는 이 과정을 ‘돌고 돌아서 다시 원점’이 되는 상황이라고 보는데, 책은 이렇듯 죽지 않는 플라스틱을 “플라스틱 좀비”라 명명한다. 비록 깨끗해지긴 했지만, 환경을 파괴하는 플라스틱이라는 정체성에는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 저자는 쓰레기가 재활용 과정에서 베트남 농민들의 가난과 불평등, 마을 환경오염을 심화하는 문제에 주목한다. 유해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보호장구도 없이 일하는 이들의 모습은 ‘쓰레기 재활용’이 노동자의 값싼 희생으로 이뤄지는 데 비해 환경에 미치는 이점이 크지 못함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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