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참패' 민주당 지도부 총사퇴…‘이재명 책임론’에 친문·친명 권력투쟁 시작

2022.06.02 19:48

윤호중(왼쪽)·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비대위 총사퇴 입장문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호중(왼쪽)·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비대위 총사퇴 입장문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일 6·1 지방선거 참패 후폭풍에 휩싸였다.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총사퇴했고, 새 지도부 구성 절차에 돌입했다.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을 규명해 책임을 묻고, 철저한 반성과 쇄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선 패배 이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당선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판도 분출했다. 새 당대표를 뽑는 8월 전당대회 국면에 접어들며 친문재인(친문)계와 친이재명(친명)계의 갈등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민주당 비대위 일동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윤 위원장은 “이번 선거의 패배에 대해 지지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먼저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대선 패배 직후 출범한 ‘윤호중·박지현 비대위’는 두달여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대선 패배 원인을 분석·평가하고, 그에 따라 당 혁신을 잘 해내고자 했다”며 “그러나 지방선거가 바로 임박해 이를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는 데에 거의 모든 비대위원들이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당분간 박홍근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선거 패배 수습에 나선다. 이와 동시에 새 비대위 구성을 추진한다. 윤 위원장은 “대선·지방선거 평가와 정기 전당대회를 준비할 당의 새로운 지도부는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를 통해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5곳에서 승리한 지방선거 결과를 참패로 규정했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는 지방선거에서 완벽하게 패배했다”며 “불행히도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철저하게 실패했다”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들에게 회초리가 아니라 야구방망이로 맞았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은 CBS 라디오에서 이른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주장에 대해 “만약 그 생각을 한다면 더 깊은 나락에 빠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이은 선거 패배 이유를 분석하고 당 혁신 방안을 논의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3일 국회에서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당의 진로를 논의한다. 고영인 의원 등 민주당 초선의원 8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지방선거 결과와 지난 5년의 민주당 모습에 대한 총체적 평가가 가장 시급히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지체 없이 의원총회를 소집할 것을 지도부에 요구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이재명 당선인 책임론이 분출됐다. 대선 후보였던 이 당선인이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 없이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지방선거 전면에 나서 참패했다는 주장이다. 이 당선인과 대선 경선에서 맞붙었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SNS에 “대선을 지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방선거를 치르다 또 패배했다”며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고 남을 탓하며 국민 일반의 상식을 행동으로 거부했다”고 이 당선인을 비판했다.

지난해 말 대선 국면부터 ‘원팀’ 기조 아래 눌려있던 당내 불만이 ‘이재명 책임론’으로 터져나온 양상이다. 친문계 의원들은 이날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홍영표), “침묵이 민주당의 사당화를 더욱 가속화시켰다”(윤영찬), “당을 사당화해 책임윤리도 없는 정당으로 만들었다”(신동근)며 이 당선인을 대대적으로 비판했다.

향후 비대위 재구성과 8월 전당대회로 이어지는 당권 투쟁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친문계를 중심으로 이 당선인의 당대표 출마를 반대하며 백의종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해철 의원은 SNS에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들은 한발 물러서 객관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전 의원과 황희·권칠승·신영대 의원 등은 이날 오후 모여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계는 이 당선인의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연이은 선거 패배는 문재인 정부 심판론에서 비롯됐다며 당내 주류였던 친문계에 책임을 돌렸다. 이 당선인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SNS에 “민주당이 기득권 유지에 안주한다면 내일은 없다”며 “사심을 버리고 오직 선당후사로 단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당선인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의 주류로서 지금까지 당을 이끌고 온 사람들이 누군가”라며 “시대에 뒤떨어진 이념을 갖고 과연 민주당을 바꿀 수 있겠나”라고 친문계를 비판했다.

지방선거 패배 하루만에 계파갈등이 전면화된 상황을 두고 당내 비판이 나온다. 5선의 이상민 의원은 SNS에 “끈적거리는 계파주의를 집어던지고 부숴버려야 한다”며 “억지 쓰지 말고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자”고 밝혔다. 민주당 지방선거 총괄선대본부장이었던 김민석 의원은 SNS에 “대선 경선 2차전처럼 내전을 재개하려 한다면 최악의 단견이 될 것”이라며 “내부 투쟁을 두려워말고 치열히 논쟁하되, 내 앞의 상대가 기호와 유니폼과 역사를 공유하는 동지임을 잊지 말고 싸우자”고 밝혔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일 새벽 인천 계양구 선거사무소를 찾아 당선 소감을 발표한 뒤 사무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일 새벽 인천 계양구 선거사무소를 찾아 당선 소감을 발표한 뒤 사무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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