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윤석열 정부가 대북 선제공격을 시도할 경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윤 대통령 취임 후 대북 정책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지칭할 때 직함 없이 이름 석 자만 언급하며 원색적 표현으로 비난했다. 북한 지도자가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석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호전적 언사를 내놓은 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전승절’(정전협정일) 69주년 기념행사 연설에서 “올해 집권한 남조선의 보수 ‘정권’은 극악무도한 동족대결정책과 사대매국행위에 매달려 조선반도의 정세를 전쟁접경에로 끌어가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다. 이어 “선제적으로 우리 군사력의 일부분을 무력화시키거나 마슬(부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러한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윤석열이 집권 전과 집권 후 내뱉은 망언들과 추태들을 기억하고 있다”며 “더 이상 윤석열과 그 군사깡패들이 부리는 추태와 객기를 가만히 앉아서 봐줄 수만은 없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해선 “우리 무력의 일상적인 모든 행동들을 ‘도발’ ‘위협’으로 오도하는 미국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엄중히 위협하는 대규모합동군사연습들을 뻐젓이 벌려놓고 있는 이중적 행태는 강도적”이라고 비난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핵 맞고 나서 보복공격하면 뭐하느냐”며 대북 선제공격을 언급한 적이 있으나 당선 후에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전례에 비춰봐도 북한 지도자가 한국의 신임 대통령에 대해 평가를 내놓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모든 판단을 끝낸 듯 강경한 언사를 단정적으로 사용한 것은 유감이다. 당장 한·미 양국이 다음달 중 계획하고 있는 대규모 연합군사훈련에 대응해 고강도 군사 행동을 할 뜻을 내비친 것도 우려스럽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김 위원장 발언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는 제동장치 없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강 대 강 대결로 치닫지 않도록 상황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나토 방문 과정에서, 보다 강한 대북 제재를 통해 비핵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제재 수위를 높이는 방법만으로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을 궁극적 비핵화의 길로 이끌어내기 어렵다. 미·중 등 관련국과의 공조를 기반으로, 북한에 대한 관여정책도 검토해야 한다. 치밀하고 정교한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