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무역수지가 46억69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지난 1월 적자에서 2·3월 ‘반짝 흑자’로 전환했다가 이후 4개월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7월까지 적자 누적액은 150억2500만달러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4개월 연속 무역적자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원유 등 에너지 수입 가격이 급등하는 등 외생 변수 탓이라지만 우려가 크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에서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심각한 일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이나, 코로나19로 중국이 봉쇄를 단행한 2020~2021년에도 대중국 무역수지는 늘 흑자였다.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한국산 철강과 석유화학 제품 등에 대한 수요 자체가 크게 줄었기 때문인데 당장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더 큰 걱정은 대외 경제 상황이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까지 반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긴축에 돌입하면서 경제성장률이 급락하고, 경기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로, 3개월 새 0.4%포인트 낮췄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9%로 지난 4월(3.6%)보다 0.7%포인트 낮췄다.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 전망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8.1% 성장한 중국은 올해 성장률이 3%대 중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대중 수출 증가율은 0.34%포인트 감소한다.
복합위기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독일 등 에너지 수입국들도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무역적자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수출은 한국 경제의 동력이고, 무역수지의 움직임은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반영하는 핵심 지표다. 무역적자는 그 자체도 문제지만 환율 급등으로 이어져 경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잖아도 원·달러 환율이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3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무역적자 타개에 사활을 걸고, 서비스수지 등에서 조금이라도 벌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의 경우 경제 외적 요인으로 타격을 입는 일이 발생해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각별히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