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신흥국 베트남서 ‘K 콘텐츠·소비재’ 수출도 키운다

2022.10.27 22:35

2022 하노이 한류박람회

27일 베트남 하노이 국제전시센터에서 열린 ‘2022 하노이 국제박람회’에서 한국 중소기업 관계자와 베트남 현지 바이어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코트라 제공

27일 베트남 하노이 국제전시센터에서 열린 ‘2022 하노이 국제박람회’에서 한국 중소기업 관계자와 베트남 현지 바이어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코트라 제공

평균 연령 32.5세…두꺼운 소비층
1분기 무역흑자 96억달러로 ‘최대’
화장품·세차용품 수요 증가 맞춰
‘타깃 소비자’ 고민해 마케팅해야

‘한국 스타일 챙 없는 베레모’ ‘한국식 빈티지 여성용 양말’ ‘한국 패션 남성 캐주얼 바지’….

동남아시아 최대 쇼핑 플랫폼 ‘쇼피’의 베트남 웹사이트에서 ‘한국(Han Quoc)’ 키워드를 검색하면 나오는 상품 목록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북유럽 느낌’ ‘아메리칸 스타일’ 같은 키워드에 이끌리듯 동남아에서 ‘한국 스타일’은 제품 매력도를 높이는 관용적인 마케팅 문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이들 상품의 원산지를 보면 대부분 원가가 저렴한 중국이나 베트남 현지 제품이다. 한국식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동경은 있지만, 실제 제품은 한국산이 아닌 게 대부분이다. 이 괴리를 메우는 방법은 없을까.

베트남 하노이 국제전시센터에서 27~28일 이틀간 열린 ‘2022 하노이 한류박람회’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가 주최한 이 박람회에는 베트남 수출 활로를 찾으려는 국내 업체 관계자들과 현지 바이어들로 붐볐다.

■최대 무역흑자국 등극한 베트남

베트남은 한국의 최대 무역흑자국이다.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가운데 올해 1분기 한국의 대베트남 무역흑자 규모는 96억달러를 기록하며 최대 흑자국이 됐다. 하지만 그 품목을 뜯어보면 반도체·디스플레이·석유제품 등 고부가가치 첨단 제품이 대부분이다. 소비재나 콘텐츠 사업을 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베트남 수출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더 많다. 마케팅 비용이 높고 네트워크도 부족해서다. 박람회는 이런 곤란을 겪는 국내 중소기업에 제품을 홍보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기회를 제공하자는 차원에서 열렸다.

한국 기업은 136개사,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 바이어사 312개가 이번 박람회를 찾았다. 최대 인기품목은 단연 한국 화장품이었다. 2008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 수입업체를 운영해 온 딴 쑤안 대표는 “회사가 수입하는 제품 중 90% 이상이 한국산”이라며 “더 저렴한 중국산도 있지만, 품질이 한국산에 미치지 못하고 검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육아·교육에 대한 수요도 높았다.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영어교육 콘텐츠업체 ‘이퓨처’는 이날 현지 교육업체에 유아용 영어콘텐츠를 제공하는 25만달러어치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이 업체는 지난 24일 호찌민시 교육청에 3년간 영어교재를 납품하는 계약도 맺은 바 있다.

신흥국 가운데서도 가장 ‘젊은 나라’로 꼽히는 베트남은 결혼·육아기 연령대의 소비층이 두껍다. 2020년 기준 평균 연령이 32.5세에 불과하다. 주요 소비층인 20~49세 인구가 9800만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코로나19 영향도 상대적으로 덜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에도 아세안 주요 5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베트남·태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를 방증하듯 과거 ‘오토바이 천국’을 방불케 했던 하노이 거리에는 자동차가 부쩍 늘어난 모습이었다. 1990년대 한국의 ‘마이카’ 열풍처럼 베트남도 최근 들어 자동차 구매심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날 박람회에 참석한 한 바이어는 “세차용품 등 차량 관련제품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류 바람 뜨겁지만…

한국 대중문화 열풍, 이른바 ‘한류’를 중소기업의 마케팅과 연계하는 것도 이번 행사의 목적 중 하나다. 이날 행사장에는 이번 박람회 홍보대사인 아이돌 위너와 가수 김세정씨 공연을 보러 베트남 각지에서 몰려든 10~20대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한류 열풍이 반드시 한국 제품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이날 박람회에 참석한 국내 업체 관계자들은 말했다. 베트남 국민의 소득수준(지난해 기준 월평균 180달러)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의 제품은 이 시장에서 비용·마진 면에서 안 맞는 경우가 많다.

앞선 ‘쇼피’ 사례처럼 중국이나 베트남 현지 업체가 저렴한 원가를 무기 삼아 ‘한국 느낌’만 마케팅 소재로 활용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그래서인지 이날 박람회에 참석한 국내 중소기업들은 ‘타깃 소비자’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직접 개발한 구강청결제를 소개한 경기 김포 소재의 한 생활용품업체 관계자는 “소득수준이 낮았던 1980~1990년대 한국에서도 일본의 워크맨·수입차 등이 안 팔린 것은 아니다”라며 “시장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