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에 155㎜ 포탄 10만발 수출협의···우크라에 간접 지원?

2022.11.11 16:05 입력 2022.11.11 16:23 수정

이종섭 국방장관(오른쪽)이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주 소재 미국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방문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으로부터 B-52와 B-1B의 작전운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국방부 제공

이종섭 국방장관(오른쪽)이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주 소재 미국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방문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으로부터 B-52와 B-1B의 작전운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는 미국과 155㎜ 포탄 10만 발 수출을 협의 중이라고 국방부가 11일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으로 탄약 재고에 빨간불이 켜진 미국의 수요에 따른 것이다. 한국이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우회적으로 제공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러시아의 반발이 예상된다.

국방부는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관련 보도가 나오자 즉각 입장문을 냈다. 국방부는 “미국 내 부족해진 155㎜ 탄약 재고량을 보충하기 위해 미국과 우리 업체 간 탄약 수출협의가 진행 중”이라면서 “이는 미국을 최종사용자로 한다는 전제 하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현지시각)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155㎜ 포탄 10만 발을 구매한 뒤 우크라이나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이달 초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계기로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포탄 제공을 진행한다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당시 국방부는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두 국방장관 사이에서) 현재 (포탄 거래가) 어떤 상황인지 정도의 공유만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비밀 합의’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미국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155㎜ 곡사포 142문과 함께 155㎜ 포탄 92만4000발을 지원했거나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8월 미국의 155㎜ 포탄 재고는 미 국방부가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미 정부 관계자들이 밝혔다. 방산업체들은 155㎜ 포탄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수요를 감당할 만큼의 충분한 속도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155㎜ 포탄은 지상 야포에 주로 사용하며 한국산 K-9 자주포도 이 구경 포탄을 사용한다. 10만 발은 포병부대가 여러 주에 걸쳐 전투를 치르기에 충분한 양으로 평가된다.

한국의 대미 포탄 수출이 성사되면 간접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비칠 수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는데다, 계약서에 최종사용자를 미국으로 명시하더라도 수출국이 실제 사용처까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이 최종사용자라는 개념도 미국 내 사용으로 제한하는 게 아니라 미국이 사용 주체가 된다는 의미다.

러시아는 한국의 155㎜ 포탄 수출에 반발할 공산이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한 회의에서 한국을 콕 찝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을 알고 있다”며 “이것이 우리 관계를 파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인도적이고 평화적인 지원을 국제사회와 연대해서 해왔고 살상무기를 공급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방독면, 방탄헬멧, 천막, 모포, 전투식량, 의약품, 방탄조끼 등의 비살상 군수물자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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