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기술 탈취, 더 이상 못 참아” 스타트업 분노 폭발

2023.04.18 21:57 입력 2023.04.18 21:58 수정

피해 중기 회견…농협·카카오헬스케어 등 도용 의심 사례 소개

“분쟁 땐 패닉, 대기업 선의에만 기댈 순 없어” 대응 제도 마련 촉구

방성보 키우소 대표이사(31)는 충남 천안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축산농가 2세다. 키우소는 한우·젖소 농가의 목장 기록관리를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 이름이다. 한국농수산대 시절부터 구상해온 아이디어를 농장 운영에 뛰어든 지 3년 차이던 2018년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2020년 5월 앱을 출시했고, 그해 농협중앙회 주관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에 출품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도 받았다.

이랬던 방 대표가 지금은 농협과 갈등을 빚고 있다. 2021년 11월 농협경제지주가 내놓은 목장관리 앱 ‘NH하나로목장’이 키우소를 베꼈다고 방 대표는 주장하고 있다.

방 대표는 1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재단법인 경청 주최로 열린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 중소기업 기자회견’에서 “스타트업들 사이에선 이런 일이 횡행하고 있다”며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상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농협경제지주는 2019년 9월 농협하나로 앱, 2020년 1월 한우올인원을 내놓는 등 키우소가 나오기 전부터 관련 앱 개발을 추진해왔다는 입장이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2021년 12월 키우소 대표와 미팅을 가진 적이 있지만 20분 내외였고 다른 사업 협력을 키우소 측에서 거절했다”며 “앱 운영은 수익사업이 아닌 환원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아이디어 도용 여부를 놓고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갈등을 겪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정당하게 아이디어의 가치를 판단하고, 분쟁 발생 시 범부처가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정책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와 영양제 디스펜서 아이디어를 놓고 대립 중이다.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스타트업 대표들은 분쟁 상황을 맞닥뜨리면 패닉이 온다. 특허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로 신고해야 하고 소송도 따로 해야 한다는 걸 전혀 모른다”며 “원스톱으로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상의해주는 조직이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타투프린터 콘셉트 모방을 둘러싸고 LG생활건강과 각을 세우고 있는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는 “실효성 없는 공정거래법에 기대서 고발했을 때 얻는 건 무엇일지 정말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했다간 오히려 ‘스타트업이 약자 프레임 써서 잘나가는 회사 공격하느냐’는 비난을 받게 될 수 있다. 법적 제도와 여러 안전장치가 확보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송제윤 닥터다이어리 대표와 홍성남 팍스모네 대표도 “스타트업의 권리 보호와 상생 협력을 대기업의 선의에만 기대서는 이룰 수 없다”며 제도적 뒷받침을 요구했다. 송 대표와 홍 대표는 각각 카카오헬스케어(혈당관리 플랫폼), 신한카드(회원 간 결제 서비스)와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공익법인 경청의 박희경 변호사는 “아이디어 침해가 유형물 침해보다 위법성, 사회적 책임의 정도가 경미한지 의문”이라며 부정경쟁방지법상 아이디어 및 성과물 침해 형사처벌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고 봤다. 아울러 행정조사 범위 확대와 실효성 강화, 범부처 협의체 구성, 아이디어에 대한 객관적 가치 평가기관 마련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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