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생산기지 너머 ‘R&D 거점’ 된 베트남

2023.06.22 14:45 입력 2023.06.22 15:51 수정

삼성, 직원 2200여명 근무 R&D 센터 오픈

LG, 전장(VS) R&D 센터 공식 법인으로 승격

현대차·SK도 합작법인·지분매입 등 사업 박차

한국 주요기업 베트남 진출 현황. 코트라(KOTRA) 하노이무역관

한국 주요기업 베트남 진출 현황. 코트라(KOTRA) 하노이무역관

윤석열 대통령이 22일부터 2박3일간 국빈 방문하는 베트남은 삼성과 LG의 글로벌 생산 전초기지를 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개발(R&D) 거점으로 발돋움했다. 다른 기업들도 중국과 미국에 이은 제3위 교역국이자, 지난해 최대 무역흑자 대상국으로 성장세가 가파른 베트남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737억 달러(약 95조3678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수출은 650억 달러(약 84조1100억원)로 베트남 전체 수출의 18%를 차지했다. 베트남은 삼성에게 글로벌 수출을 위한 핵심 생산거점이 된 것이다.

특히 삼성 전자계열사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진출 기업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등이다. 이들은 박닌성, 타이응웬성, 호치민, 하노이 등에서 6개 생산법인과 1개 판매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휴대전화는 중·저가 제품뿐 아니라 최상급 기종인 폴더블폰까지 베트남에서 생산 중이다.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5세대(G) 통신장비, 디스플레이, 배터리, 카메라 모듈도 만든다.

현지에 근무하는 삼성 임직원 수는 10만명을 넘어섰다. 누적 투자액은 200억 달러(25조8800억원)에 달한다. 삼성 관계자는 “베트남은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주요 제품이 양산되는 글로벌 생산기지”라고 말했다.

LG는 지난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계열사의 생산 법인이 있는 ‘하이퐁 클러스터’에서 글로벌 세트·부품의 15%를 찍어냈다.

지난 4월 기준 현지에 2만400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 규모는 120억 달러(15조원)로 성장해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3%에 달한다.

특히 삼성과 LG는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3월 베트남에서 운영 중이던 전장(VS) R&D센터를 공식 법인으로 승격시켰다. 이곳에서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소프트웨어 개발과 검증을 담당한다. 현재 750여명인 VS베트남 R&D 법인의 개발 인력을 내년까지 1000명 수준으로 30% 이상 증원할 계획이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수도 하노이에 R&D센터를 건립했다. 지상 16층·지하 3층 규모 건물에서 2200여명의 연구 인력이 모바일 단말기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한다. 2억2000만 달러(약 2836억9000만원)가 들어간 건립 공사에는 코로나 19 확산 시기에도 쉼 없이 일평균 1300여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삼성과 LG의 다른 계열사들도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삼성생명(2008년), 삼성화재(2002년) 등 금융사와 제일기획(2011년), 삼성물산 건설부문(2013년)과 패션부문(2014년), 호텔신라(2015년), 웰스토리(2015년), 삼성에스원(2017년) 등이 사업을 하고 있다.

LG화학, LG생활건강 등 화학계열사는 하이퐁, 호치민 등에서 정보기술(IT)·가전 고객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과 디스플레이 소재를 생산하고, 폴리염화비닐(PVC)과 폴리에틸렌(PE) 등 화학 범용제품과 화장품,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기업 총수들도 직접 나서 베트남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 수교 30주년인 지난해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베트남을 방문해 스마트폰·디스플레이 생산공장을 살펴보고 중장기 경영전략을 점검했다. 비슷한 시기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방한 중이던 응우옌 쑤언 푹 당시 베트남 국가주석을 초청한 만찬에 동석했다.

이번 윤 대통령의 방문에 현 정부 들어 최대 규모인 205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한 것은 베트남의 시장 가치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양국 교역은 1992년 이후 30년간 161배 늘었으며, 지난해 교역 규모는 877억 달러(약 113조1066억원)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대베트남 무역수지 흑자 역시 343억 달러(약 44조2538억원)로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커지는 베트남 시장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베트남 탄콩그룹과 2017년 생산합작법인 HTMV를, 2021년 판매 합작법인 HTV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는 HTMV 2공장을 준공했다. SK그룹도 올해 베트남 최대 식음료·유통기업 마산그룹의 유통전문 자회사 빈커머스 지분 16.3%를 매입했으며, 마산그룹의 유통 지주사 크라운엑스에도 투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22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삼성전자 법인을 방문해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22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삼성전자 법인을 방문해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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