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유력시되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홍보수석으로 재직할 때 홍보수석실이 정부에 비판적인 종교 인사를 퇴출시키려고 국정원에 ‘사이버 여론전’을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4대강 사업 등 MB 정부의 주요정책을 비판한 명진스님을 불교계에서 몰아내려 여론 조작을 주도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경향신문이 29일 입수한 2017~2018년 ‘국정원 불법사찰’ 관련 공판기록·증거기록·진술조서 등을 종합하면,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2010년 4월19일 “봉은사 주지 명진의 과거 룸살롱 출입, 아이파크 건설 관련 합의금 횡령 및 좌파활동 경력 등을 인터넷상에 적극 확산”하라고 국정원에 지시했다.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기획관리비서관실은 2010년 1월5일과 3월23일 각각 “봉은사 명진 주지 최근동향 및 사생활, 특이행적” “봉은사 신도수·설립 연도, 주지 성향 등 특이 사항, 신도 내 친정부 인사 등 현황” 등의 정보를 파악하라고 국정원에 지시했다. 이어 홍보수석실이 명진스님에 대한 사찰 결과를 토대로 ‘사이버 여론전’을 펼치라고 국정원에 지시한 것이다.
홍보수석실의 지시는 국정원의 신속한 실행으로 이어졌다. 국정원 심리전단이 2010년 4월22일 작성한 <명진의 부도덕성·좌편향성 폭로 확산 심리전 전개> 문건에는 “심리전 부서는 봉은사 외압파동을 야기한 명진 및 김영국의 부도덕성·이중성·좌편향성을 폭로·확산 → 불교계 퇴출·매장여론 조성에 총력 경주 중”이라고 적혀 있다.
이 문건 중 ‘사이버 심리전 전개 내용’ 항목에는 “아고라 등에 명진의 부도덕성 등 철면피 행각 규탄 토론글 집중 게재(2700여건)” “브레이크 뉴스 등에 ‘탐욕이 눈에 어두워 허위선동 일삼는 명진 불교계 퇴출 촉구’ 칼럼 게재” “불자의 탈을 쓴 명진·김영국의 이중성·후안무치 실체 고발 ‘e-콘텐츠’ 확산” “조계종 홈피에 ‘불교계 분파·갈등 조장 명진 승적 박탈’ 필요성 제기” 등 세부 실행 내용이 담겼다. 문건에서 국정원은 당시 온라인 상 여론 동향을 두고 “좌파 대 건전보수 2:8로 명진 비판론이 압도적”이라고 적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과 국정원이 해당 지시·보고를 극비리에 주고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국정원이 작성해 보고한 문건 오른쪽 상단에는 ‘보고 후 즉시파기’라고 돼 있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대북 심리전을 벌이는 곳이다. 당시 국정원에서 근무한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명진스님이 종북활동을 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명진스님에 대한 사찰 및 여론전을 진행한 국정원 직원 일부는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2021년 3월 국정원 전 간부 김모씨에게 징역 7년, 자격정지 7개월을 확정했다. 이 특보 등에 대한 수사는 없었다.
경향신문은 이 특보 측에 입장을 요청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