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더위 피해 지하철 안 타도 되겠네”···대구 쪽방촌에 올해 첫 에어컨 설치 ‘호응’

2023.08.01 15:30

대구 중구 한 쪽방촌에서 지난달 31일 김석철씨(76·가명)가 자신의 방에서 TV를 보고 있다. 백경열 기자

대구 중구 한 쪽방촌에서 지난달 31일 김석철씨(76·가명)가 자신의 방에서 TV를 보고 있다. 백경열 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 중구의 한 쪽방촌. 2층 건물에는 복도를 따라 20개 방문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이날 도심에 위치한 쪽방 건물 복도에는 무덥고 습한 기운이 가득했다.

3년차 쪽방 거주민 김석철씨(76·가명)의 방은 3.3㎡(약 1평) 남짓한 크기였다. 방 한편에 이부자리가 깔려 있었고 TV·냉장고 등 소형 가전과 휴대용 버너를 비롯한 가재도구가 널브러져 있었다.

여느 쪽방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지만 방문을 열자 냉기가 느껴졌다. 보름 전쯤 설치했다는 에어컨에서 차가운 바람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내온도는 28도를 가리켰다.

김씨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이런 날에는 선풍기를 돌려도 뜨거운 바람만 나와서 소용없다”면서 “작년 이맘때 낮에는 지하철 종점을 오가면서 더위를 피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요즘에는 방에서도 지낼 수 있게 됐다. 숨통이 틔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쪽방 거주민들을 위해 지원하는 에어컨 설치 사업이 호응을 얻고 있다. 쪽방촌에 냉방기를 지원하는 것은 서울시 외 지자체 중에서는 대구시가 처음이다.

대구시는 지난달부터 재난관리기금 8300만원을 들여 쪽방 건물 22곳에 에어컨 77대(벽걸이형 69대·이동식 5대·스탠드형 3대)를 설치했다. 에어컨은 전기용량과 쪽방 구조 등을 고려해 월세 20만원 미만의 저렴한 임대료를 부담하는 고위험군(고령 및 만성질환자)이 머무는 쪽방에 우선 설치됐다. 대구시는 조만간 에어컨 19대를 추가해 쪽방촌에 총 96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구시는 폭염에 대비해 쪽방촌에 선풍기와 얼음물 등을 전달했다. 하지만 해마다 거세지는 폭염 기세에 올해부터는 에어컨 설치를 고려하게 됐다.

이에 따라 올 여름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는 쪽방 거주민은 100명 남짓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대구 중·동·서·북구지역에는 쪽방 생활인 604명이 거주하고 있다.

쪽방은 오래된 여인숙 등 낮은 건물에 방을 여러 개 작은 크기로 나눈 주거 형태다. 방은 한두명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3.3~6.6㎡)에 불과하다. 대구지역의 경우 쪽방 거주민 대부분이 남성(550명·91%)이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321명(53%)이다.

전체 거주민 중 기초생활수급자가 340명(56%)이며 대부분 직업 없이 일용직 등을 전전한다. 이 때문에 에어컨 설치는 전기요금 부담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대구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정 후원을 통해 받은 모금액 1000만원을 활용하기로 했다. 에어컨을 설치한 쪽방 1곳당 7~8월 전기요금을 10만원씩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실제 쪽방에 가보니 선풍기 등으로는 열기를 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전력허용량 등을 고려해 화재 위험에 안전한 건물 위주로 에어컨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쪽방 거주민 대부분이 건강이 안 좋고 거동이 불편하다 보니 에어컨 설치를 다들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지난해부터 폭염을 피할 수 있도록 냉방이 되는 임시주거공간도 마련해 쪽방촌 거주민들과 노숙인들을 머물게 하고 있다. 쪽방촌 인근 모텔 등지에 최대 3달간 머물 수 있도록 조치해 온열질환을 막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시민 25명이 혜택을 봤다. 올해 들어서는 현재까지 18명이 임시공간에 머물겠다고 신청한 상태다.

김외철 대구시 복지정책과장은 “내년에도 수요 등을 고려해 에어컨을 추가로 설치하고 전기요금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겠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