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5명 중 1명은 경험하는 ‘유산’··· “안정과 정서적 지지 필요”

2024.06.28 15:55 입력 2024.06.28 16:35 수정


국내 임산부 5명 중 1명은 유산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

국내 임산부 5명 중 1명은 유산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


국내 임산부 5명 중 1명은 임신 20주 안에 태아가 사망하는 유산을 경험한다. 유산은 발생 원인을 명확히 밝히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예방책 또한 뚜렷하지 않지만, 유산을 경험한 여성이 안정을 찾고 건강을 회복하려면 주변의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유산은 수정란이 자궁 안에 착상됐으나 태아의 체중 기준으로는 500g 미만, 임신기간 기준으론 20주 미만인 상황에서 태아가 사망해 자궁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유산이 발생하는 시점은 임신 3개월 이내가 80% 이상을 차지하며 그 뒤로는 발생 빈도가 급격히 감소한다. 2022년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집계된 유산 건수는 6만5359건으로, 같은 해 주민등록된 출생아 수가 25만4628명이었음을 감안하면 전체 임신 가운데 유산이 발생하는 비율은 20%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비율은 소폭의 변동은 있지만 다년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유산이 일어나는 원인으로는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 어떤 이유로 각 임산부가 유산을 겪었는지를 찾아내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는 태아에게 유전적 결함이 있거나, 산모에게 급성 감염성 질환이나 고혈압, 당뇨병, 갑상선 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다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편승연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흡연, 음주, 영양실조처럼 생활습관에 기인한 요인 또는 자궁의 선천적 기형이나 골반염 등도 유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그 외 정신적인 충격이나 심한 스트레스로도 유산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산이 가장 흔한 증상은 복통을 동반하는 질출혈이다. 요통이 생길 수도 있다. 유산이 진행되면 임신 초기의 메스꺼움이나 피로감, 유방 동통 등의 입덧 증상이 줄어들거나 사라질 수 있는데,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질출혈이 임신 3분의 1분기에 나타나는 경우를 절박유산이라 부른다. 질출혈이 있다고 해서 모두 유산이 되는 것은 아니어서 50% 미만이 실제 유산으로 진행된다. 이런 절박유산은 산모가 안정을 취하고 프로게스테론 보충 요법 등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유산을 방지하고 임신을 지속할 수 있다.

절박유산 외에 서로 다른 여러 유형의 유산 중 완전유산, 계류유산, 습관성 유산 등은 실제 유산이 발생한 상태를 가리킨다. 완전유산은 태아가 사망하고 난 후 태아와 태반 등이 모두 자궁 밖으로 나온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계류유산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어 여러 주가 지나도 유산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태아 또는 그 조직의 일부가 자궁 내에 남아 있을 때를 지칭하는데, 초음파검사에서 자궁 내 아기집은 보이지만 난황낭 및 태아가 확인되지 않거나 태아의 심장박동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다. 계류유산 같은 불완전 유산은 출혈과 감염의 위험이 있으므로 치료가 필요하다.

습관성 유산은 3회 이상 유산이 연속적으로 발생할 때 진단한다.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특히 산모에게 면역학적인 문제로 항인지질항체 증후군이 있거나 유전적으로 혈전을 잘 만드는 상태인 유전적 혈전성향증이 있다면 주의해서 치료해야 한다. 그밖에도 유산이 반복되는 원인이 유전적인 차원인지 해부학적이거나 내분비 관련 요인인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검사가 필요하다. 원인에 따라 치료방법은 달라진다.

원인이 다양한 만큼 유산을 방지할 방법 역시 명확하지는 않다. 다만 유산 후 관리는 여성 건강을 위해서는 물론 다음 임신을 고려할 경우에도 중요하다.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흡연, 음주,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삼가는 것이 좋다. 만일 당뇨약이나 혈압약 등을 복용하고 있다면 전문의와 상의하여 호르몬 치료 및 혈당·혈압 조절을 해야 한다.

유산이 발생한 후 보통 7~60일 사이에 임신 관련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가지만 심리적인 여파가 남아있을 수 있어 가급적 안정을 찾도록 돕는 것이 좋다. 편승연 교수는 “유산 후에는 감정 기복이나 우울증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다”며 “유산 후 빠르면 2주 후부터도 다음 임신은 가능하지만 바로 임신할 때 유산이 다시 생기거나 조산의 가능성도 있으므로 일정 기간 피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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