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29일 세균수가 초과 검출된 ‘고구마빵’에 대해 판매중단 및 회수 조치를 내렸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회수 대상 제품은 소비기한이 2024년 7월 23일까지인 ‘엔에스유통’의 고구마빵이다. 식약처는 “식품제조가공업소인 엔에스유통이 제조한 고구마빵에서 세균수가 기준 규격 부적합으로 확인됐다”며 “경기도 이천시에서 판매중단 및 회수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법률 위반 사항은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수십 억원의 국가 연구비가 들어간 신약개발 국책임상연구에서 백혈병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약물에 돌연변이가 발생한 사실이 ‘은폐’된 사건은 그 뒤처리가 지지부진 진행 중이다.
돌연변이 발생뿐 아니라 연구 책임자가 돌연변이 발생을 인지한 후에도 1년 가까이 연구를 계속한 사실 등이 경향신문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더욱이 이러한 사실이 보건복지부, 식약처, 국가신약개발사업다인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임상수행 기관 등에 철저히 은폐됐다. 연구보고서에도 돌연변이 발생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다. 코스닥 상장 심사에서도 숨겨졌다. 임상연구의 전 과정을 기록한 ‘임상노트’ 등 관련 기록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은폐’ 국책연구 보고서에 모두가 속았다-경향신문 8월 4일자 11면, 은폐로 얼룩진 신약개발 국책과제-시사정론지 ‘주간경향’ 1540호 단독보도 참조)
사건 내용을 단독 보도한 경향신문 기사를 다시 보면, 신약개발 기업인 다이노나는 2014년 9월부터 ‘급성백혈병에 대한 신규 항체치료제 DNP001의 임상 1상 개발’ 과제를 수행했다. 이어 8개월이 지난 2015년 5월 백혈병 환자에게 투여한 임상시험용 의약품이 돌연변이가 발생한 항체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다이노나사의 대표이사와 연구책임자인 연구소장은 이 사실을 파악하고도 시험을 중단하지 않았다. 관계기관과 시험 참여 환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2016년 7월까지 임상시험을 이어갔다.
해당 임상시험은 정부로부터 연구비 20억2000만원을 지원받는 국책사업인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보건복지부, 교육부, 과기부)의 연구과제로 선정됐다. 임상시험 참여 환자 수를 최대 37명으로 계획했으나 17명까지만 진행했다. 식약처와 국가신약개발재단에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는 연구 중단의 이유를 치료제의 효능이 부족하다는 ‘유효성 부족’이라고 기록했다.
의혹의 유력책임자인 서울대 의대 병리학 교실 정경천 교수(당시 다이노나 연구소장 파견)는 당시 다이노나 송형근 대표에게 책임을 상당 부분 전가하는 모양새다.
지난 7월 21일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정 교수는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연구 부정행위는 아니고 보고의무를 안 지킨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면서 “그런데 식약처에 대한 보고의무는 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이노나 송형근 대표에게 있고 연구비에 대한 보고는 제 의무이니 ‘그건 저는 그렇다’(제 책임이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서울대 H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태 이후 바이오·생명공학 분야는 뼈를 깍는 각성을 해왔다. 하지만 ‘다이노나 게이트’라고 부를 만한 이번 국책연구 부정 사건은 이러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주무 부처인 식약처는 지난 23일 대변인실을 통해 “법률자문을 병행해서 검토 중”이라고 짤막하게 주무부서인 임상정책과의 답변을 전해왔다. 이제는 수습이다. 식약처는 모두를 속였던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급성백혈병에 대한 신규 항체치료제 DNP001의 임상 1상 개발’ 국책연구 ‘은폐’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고, ‘세균오염 고구마빵’에 내린 행정처분처럼 선명한 조치를 반드시 해야 한다. 위법 사항에 대해 식약처 차원에서 금융감독원이나 검찰 등에 고소고발하는 조치 또한 주저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