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학원 사이언스지에 논문 발표
인구 병목…빙하기 등 극단 기후변화
일각 “인류 고고학·화석 증거 비교해야”
아주 오래전 인류가 지구상에서 멸종될 위기에 처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1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중국과학원 연구팀은 인류가 약 90만년 전 인구 수가 급격히 줄어 멸종 직전까지 갔었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당시 인구 수는 약 1280명으로, 이는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의 개체 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같은 인구 병목현상은 약 93만년 전에서 81만3000년 전 사이에 10만년 넘는 기간 동안 지속됐다. 연구팀은 “병목 현상이 시작될 때 인간 조상의 약 98.7%가 사라졌고, 이로 인해 우리 조상이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됐다”면서 “이는 인류 진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함께 이 시기에 종 분화가 일어났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계통 간의 차이를 살펴보고 과거 인구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융합 모델(FitCoal)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아프리카 지역 10개 집단과 비아프리카 지역 40개 집단 총 3154명의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약 93만년 전 인류 조상들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인구가 98.7%로 매우 가파르게 감소한 것이 발견됐다. 전 세계 번식 가능 인구가 10만명에서 1280명까지 급격하게 줄었다. 인구 병목 현상의 흔적은 아프리카 10개 집단 모두에서 직접 발견됐고, 비아프리카 지역 40개 집단에서는 병목 현상 존재에 대한 약한 신호들이 감지됐다. 이 시기 아프리카와 유라시아에서 고인류의 화석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의 크리스 스트링거 교수는 “인류가 이것을 이겨냈다는 것이 놀랍다”며 “그 정도 규모의 인구는 단 한번의 나쁜 기후 현상, 전염병, 화산 폭발만 있어도 끝난다”고 말했다.
인류 멸종 위기의 원인으로는 극단적인 기후변화가 꼽힌다. 연구팀은 인구 병목 현상 시기는 빙하기의 장기화, 해수면 온도 저하, 아프리카·유라시아의 장기적인 가뭄 등 홍적세 기후변화와 일치하고 아프리카·유라시아의 인류 화석 기록상 해당 시기에 상당한 틈이 있는 것과도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극심한 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 조상의 혈통이 멸종할 뻔한 병목 현상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과학자들은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영국박물관 닉 애슈턴 박사는 “이 이론은 인류의 고고학 및 화석 증거와 비교해 검증돼야 한다”면서 “인류가 90만~80만년 전 아프리카 안팎에 퍼져 있었다면 연구팀이 제안한 병목 현상의 원인이 무엇이든 그 영향이 더 널리 퍼져 있던 비 호모 사피엔스 집단에 제한적으로 미쳤거나 영향이 단기간에 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