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위 “LK-99, 초전도체 전혀 아닌 그냥 부도체일 뿐”...이유는?

2023.12.13 09:44 입력 2023.12.13 17:38 수정

원 논문 데이터, 상온 상압 초전도 특성 안 보여

국내외 재현 실험 연구도 부도체임을 보여줘

퀀텀에너지연구소 등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초전도체 ‘LK-99’가 자석 위에 떠 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제공

퀀텀에너지연구소 등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초전도체 ‘LK-99’가 자석 위에 떠 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제공

국내 연구진이 발견했다고 주장한 상온 초전도체 ‘LK-99’는 과학적 근거가 전무하다는 국내 학계의 최종 결론이 나왔다. LK-99는 전기저항이 ‘0’인 초전도체가 아니라, 저항이 세서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부도체로 규정됐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검증위원회는 13일 발간한 검증백서에서 “LK-99 가 상온 상압 초전도체라는 근거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유명 학술지를 비롯한 해외 연구진들에 이어,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로 이뤄진 검증위조차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지난 7월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첫 공개 주장 이후 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초전도체 논쟁이 마침표를 찍는 모양새다.

검증위는 LK-99가 무엇보다 초전도체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전기저항이 ‘0’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 ‘마이스너 효과’(외부 자기장에 반발해 밀어내는 것)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초전도성’이란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전기저항이 사라지고 외부 자기장에 반대되는 내부 자기장을 형성해 ‘완전반자성’을 나타내는 성질이다.

검증위에 소속된 부산대·성균관대·경희대·서울대 등 8개 연구기관은 퀀텀에너지연구소에서 공개한 물질 합성법 등을 토대로 재현 실험을 진행했다. 검증위는 그 결과 “합성 및 측정된 시료는 기본적으로 모두 부도체였다”며 “불순물 없이 균일한 조성을 갖는 단결정 시료에서는 10기가옴 (GΩ) 수준의 저항값이 측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LK-99가 근본적으로 부도체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결론냈다.

검증위는 “일부 시료에서 섭씨 100도 근처에서 비저항값(물질이 갖는 전기적 저항도)이 급격히 변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는 불순물이 갖고 있는 상전이(외적 조건에 따라 전도체 상태가 바뀌는 것)에 의한 결과로 판단된다”며 “불순물이 적은 시료의 경우, 이러한 상전이가 관측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8월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내린 결론과도 유사하다. 당시 네이처는 LK-99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섞인 황화구리 불순물에서 나타나는 상전이 현상을 초전도 현상과 착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이번 검증에 시료를 주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검증위는 교차 검증을 위해 지난 8월부터 수차례 시료 제공을 요청했으나, 연구소 측은 “투고된 논문의 심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불가능하다”고 밝혀왔다.

검증위는 “과학적인 발견의 영광이 처음 발견한 연구자에게 돌아가는 만큼 1차적 증명의 책임 역시 해당 연구자에게 있다”며 “LK-99 가 상온·상압 초전도체라는 주장이 일방적인 주장에 그치지 않고 과학적인 보편성을 갖는 사실로 입증되기 위해서는 제3자에 의한 교차측정과 재현 등의 절차가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퀀텀에너지연구소는 7월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LK-99 관련 논문을 올려 세계적 파란을 일으켰다. 그동안 초전도 현상은 극저온·고압력 환경에서만 구현할 수 있었는데, 상온·상압에서도 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이렇게 되면 전력공급 비용 절감은 물론이고 자기공명장치(MRI)나 자기부상열차 등으로도 상용화될 수 있어 학계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큰 관심을 끌었고, 주식 시장에서도 광풍을 불렀다.

그러나 이후 미국·중국·인도 등 다수의 해외 연구기관이 진행한 검증 실험은 LK-99의 초전도 현상을 재현하는 데 모두 실패했다. 검증위 결론도 그 연장선에 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도 지난 8월 김창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검증위원회를 꾸린 바 있다.

초전도체 논란을 두고 일부 연구자들의 과장과 대중의 오해가 빚어낸 해프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LK-99가 발표된 아카이브는 동료평가가 필요하지 않아 잦은 연구윤리 논란을 불러일으켜온 곳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거 ‘황우석 사태’와 달리 국내 과학계가 자정작용을 통해 진위 여부를 비교적 빠르게 검증했다는 평가는 그나마 긍정적 대목이다.

이재우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는 “첫 논문을 낸 연구자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특이한 물성을 초전도체로 의심해 공개한 것이고, 이어 동료 연구자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해 재현 실험을 거친 끝에 과학적인 검증을 완료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