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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사법농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 무죄 선고

2024.01.26 18:27 입력 2024.01.26 19:31 수정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8년 6월1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의 놀이터에서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준헌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8년 6월1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의 놀이터에서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준헌 기자

법원이 사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26일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기 법원행정처의 위법·부당한 재판 개입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를 양 전 대법원장이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사법농단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법관 독립을 침해한 사건으로 대법원장이 직무와 관련해 형사재판에 넘겨진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1부(이종민·임정택·민소영)는 이날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17년 3월 사법농단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6년11개월, 2019년 2월 검찰이 이들을 기소한 지 5년여 만에 나온 1심 결론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법관과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법·부당한 지시를 했다는 47개 공소사실로 기소됐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며 법관 독립을 규정한다.

재판부는 법원행정처가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제청 결정을 한 재판부에 직권취소와 재결정 의견을 전달하는 등 직접적인 재판 개입을 했다고 인정했다. 법원행정처 심의관이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행정소송을 심리하는 재판부에 쟁점 관련 법리를 전달하고 재판부 심증을 확인한 것은 사법행정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했다. 또 법원행정처가 법원 내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위축·와해시키기 위해 연구회 중복가입 금지를 조치하는 글이나 검토보고서를 심의관들에게 작성하게 해 법관의 표현·연구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처장이 이를 지시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공모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 휘하에서 일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나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주도한 일이라는 것이다. 재판 개입에 대해서는 사법행정권자에게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이른바 ‘권한 없이 남용 없다’는 논리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초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 박·고 전 처장에게 각각 징역 5년,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지만 법원은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1심 판결의 사실인정과 법리 판단을 면밀히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논평을 내고 “양 전 대법원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과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위헌적이고 조직적인 범죄의 최종 책임자였다”며 “1심 무죄 선고는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판결의 최정점으로 사법 역사에 수치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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