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달서구에 공공형 반려견 공간 처음으로 개장
서울시는 22곳 최다…작년엔 전용 수영장 시범 운영도
“모찌야, 모찌야, 달려~!”
지난 8일 대구 달서구 장동공원에서 견주 김수현씨(36)가 올해 세 살이 된 리트리버 ‘모찌’를 쫓아다니며 외쳤다. 인근에 공장이 밀집해 인적이 뜸했던 이 근린공원에선 이날 모찌를 비롯해 보더콜리, 믹스견 등 5마리 견공들이 목줄 없이 드넓은 잔디밭을 쏜살같이 뛰었다. 견주가 던진 공을 물어오려 서로 앞다퉈 달리거나 다른 친구들의 냄새를 맡는 등 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김씨는 “대형견은 목줄을 풀고 마음껏 뛰어놀 공간이 많이 없다”며 “다른 개들과 어울려 사회성을 키워야 덜 짖고 온순해진다. 이곳에 자주 와야겠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명 시대를 맞아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려동물 공간 마련을 확대하고 있다. 반려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반려동물 놀이터 등 공원뿐만 아니라 반려견 전용 수영장도 생겼다.
대구 달서구는 도심형 반려견 놀이터인 ‘달서 반려견 놀이터’를 지난 2일 정식 개장했다고 12일 밝혔다. 대구에서 공공형 반려견 놀이터가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4억원을 들여 조성한 이 놀이터는 7672㎡(약 2320평)로 전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규모다. 중·소형견 놀이터와 대형견 놀이터, 보호자 쉼터, 펫카페, 산책로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무엇보다 반려견 체격별로 놀이공간을 분리한 점이 특징이다. 대형견이 갑자기 소형견을 향해 달려드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공간을 나눴다. 공원이나 펫카페 등에서 큰 개가 작은 개를 물어 죽이는 사례는 전국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경북 의성에서도 지난해 5월 반려견 놀이터에 상주하는 보더콜리가 몰티즈를 물어 죽이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이곳에서는 다른 개의 훈련을 돕는 헬퍼독과 입질 테스트를 치르고 통과하면 목줄을 풀고 입장할 수 있다.
달서구 관계자는 “구조견이나 시각장애인 안내견, 마약탐지견 등 국가와 지역사회에 기여한 반려견에 대해선 입장료를 받지 않는 등의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건축공간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반려동물 양육인구 증가에 따른 공공 공간 조성 현황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위한 공공 공간은 서울이 22곳으로 가장 많았다. 경남 8곳, 경북 6곳, 부산·인천·전남·충북·충남 각 5곳 등이 뒤를 이었다. 대구는 최근 경북에서 대구로 편입된 군위군 1곳과 달서 반려견 놀이터를 포함한 2곳으로 대전·광주와 함께 가장 적은 그룹에 속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반려견 수영장’도 시범 운영했다. 수영장 주변에는 인조 잔디와 파라솔 3개를 설치해 반려견이 수영을 즐기고 중간에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으며, 반려견을 씻길 수 있는 셀프 목욕장, 드라이기도 갖췄었다. 서울시는 시범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확대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는 ‘펫-빌리지 놀이터’, 강원 춘천시와 충북 청주시는 ‘공공 반려견 놀이터’ 등의 이름으로 반려견 놀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는 반려동물 인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사회의 심한 경쟁 구도로 인해 사람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며 개나 고양이와 같은 동물들에게서 위로를 받는 경향이 늘고 있어서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정욕구가 강한 인간에게 반려동물은 무한한 사랑과 신뢰를 준다”며 “반려동물 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만큼 이들을 위한 공간 조성과 같은 정책들은 더욱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