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미술사 연구에 큰 족적을 남긴 미술평론가 청여 이구열 선생이 30일 타계했다. 향년 88세.

언론인 출신인 고인은 현대사의 격동기에 사라져 가는 각종 미술사 자료를 발굴·수집·보존하고, 저서 출간과 기념비적인 출판물의 기획·편집을 통해 한국미술사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1932년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9년 민국일보를 시작으로 1973년까지 경향신문·서울신문·대한일보에서 기자·문화부장으로 일했다. 1975년 ‘한국근대미술연구소’를 설립, 개화기 이후 미술관계 문헌·자료의 조사·연구와 정리를 통해 미술사 정립에 토대를 닦았다. 활발한 현장 취재와 예리한 분석·비평을 통해 화단에서 ‘최초의 미술 전문기자’로 불렸다.

고인은 2001년 수집한 4만여건의 사료를 삼성미술관 리움에, 2015년에는 4000여건의 자료를 길문화재단 가천박물관에 기증했다. 치열한 연구활동과 더불어 고인은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예술의전당 전시사업본부장·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특히 <한국미술전집>(전 15권·1975)과 <한국근대회화선집>(1986~1990) 등의 기획·편집도 총괄했다.

고인의 저서로는 <한국근대미술산고>(1972), <근대한국화의 흐름>(1993), <북한미술 50년>(2001), <나혜석-그녀, 불꽃같은 생애를 그리다>(2011), <한국문화재수난사>(2013), <나의 미술기자 시절>(2014) 등이 있다. 지난해에는 문집 <청여산고 1·2>를 출간했다.

평소 그의 삶과 업적에 대해 “한국 미술의 현재와 과거를 발로 뛰면서 체험하고, 이를 예리하게 분석·비평하는 혜안을 지녔다”(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미술사학계에 큰 주춧돌을 세우는 데 헌신했다”(이인범 상명대 교수), “그가 황무지에서 발굴해놓은 미술사 원석들의 가치가 빛난다”(김복기 아트인컬처 대표·경기대 교수)는 평가가 나온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경희씨와 아들 주형씨(계명대 교수), 딸 선아씨가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일, 장지는 충북 국립괴산호국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