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경향 신춘문예

“그리움 배달하는 글을 쓰고 싶다”

2009.01.01 17:11

“시인의 말과 나의 말이 서로 몸을 섞으면서 서로를 나누는 평론을 꿈꿨습니다. 한쪽이 치고 나갔다 빠지면 다른 한쪽이 치고 나가는 관계가 시와 평론의 관계라고 생각해요.”

[2009 경향 신춘문예]“그리움 배달하는 글을 쓰고 싶다”

평론부문 당선자 송종원씨(29)는 ‘문학청년’이다. 앳돼 보이는 외모뿐만이 아니다. 시와 문학에 대한 애정을 수줍게 털어놓는다.

고려대학교 국문과에 입학해 문학도가 된 그는 학부시절 문학 학회에 가입하면서 시를 쓰게 됐다. “1년에 한 번 시화전을 했는데, 그때 시의 매혹과 곤혹을 알게 됐어요. 언어가 쉽게 자신의 몸을 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곤혹스러웠고, 우연히 흘러나온 어떤 구절들이 마음에 들 때면 내가 어디론가 멀리 다녀온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시와 사랑에 빠진 그가 대학원에서 문학 공부를 계속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평론을 알게 된 건 대학원에 진학하면서부터. 점점 평론에 관심을 갖다 이번에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간혹 평론이 시·소설 등 창작물보다 열등하다는 말을 하는데, 둘은 상하 내지 적대 관계가 아니라 동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선작 <김행숙론-재현체계의 폭력을 넘어 ‘우리’의 현시로>에는 김행숙의 시에 대한 그의 각별한 애정이 느껴진다. “김행숙 시에 대해 쓴 글로 등단을 하게 돼 너무 기쁩니다. 저에게 김행숙 시인은 특별해요. 김씨의 시는 가르치려고 들지 않고 도도하지도 않으면서 같이 놀자고 자꾸 말을 거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평론으로 올해 처음 신춘문예 응모를 했다는 그는 당선 소식을 듣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뒤척이던 잠자리에서 한 친구의 연락을 받고 술자리에 갔다. 그는 학부시절 문학 학회를 함께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당선 소식을 전했다. “그날 친구가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 친구의 눈물이 자신이 잊고 지냈던 무엇, 그리워했던 어떤 것이 흘러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글을 쓴다면 누군가에게 잊고 있었던 꿈이나 그리움을 배달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느티나무 같은 부모님과 지도교수 김인환 선생님, 여자친구 나영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박사과정 수료를 앞두고 있는 그는 앞으로 평론과 함께 시도 계속 쓸 생각이다. “시인의 이름까지 얻는 것이 꿈”이라는 그의 욕심이 절대 얄밉지 않다.

<이영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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