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워진 ‘1Q84 3권’… 기대에 못미친 궁금증 충족

2010.08.01 21:19

여러가지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결말로 독자들의 목을 길어지게 만들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 <1Q84>(문학동네) 3권 번역본이 지난주에 국내 출간됐다.

기다렸던 만큼 반응은 출간 전부터 뜨거웠다. 인터넷 서점을 통한 예약판매로 출간 전까지만 3만부 넘게 팔렸고, 출간 즉시 초판 10만부가 거의 소진돼 추가로 5만부를 제작한 상태다. 지난해 9월 출간된 1·2권은 출간 8개월 만에 100만부 넘게 판매돼 최단기간 밀리언셀러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문화수첩]두꺼워진 ‘1Q84 3권’… 기대에 못미친 궁금증 충족

그러나 ‘원작만한 속편은 없다’는 세간의 법칙을 <1Q84>도 피해가지는 못한 것 같다. 1·2권보다 더 두꺼운 714쪽의 방대한 분량이지만, 이야기의 스케일은 전작에서 크게 나아가지 않고 이야기의 진행 속도도 다소 더뎌졌다. 1, 2권에서 펼쳐놓았던 이야기가 너무 강렬하고 다양해서일까. 전편에서 물음표로 남겨놓은 이야기들의 실타래가 풀리고 새로운 이야기 전개를 기대했던 독자들이라면 3권을 보고 다소 실망할지도 모른다. 무라카미는 새로운 이야기를 확장하는 대신 주인공인 덴고와 아오마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수축시키며 기존 이야기를 복기하는 데 상당 부분을 주력한다.

두 사람의 시점이 교차되며 진행됐던 1·2권과 달리 3권에서는 제3의 인물이 끼어든다. 그는 덴고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제안하는 못생기고 불쾌한 수수께끼의 인물 우시카와다. 그는 종교집단 ‘선구’의 청부로 두 사람의 뒤를 좇는데,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이미 독자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다. 우시카와 부분이 사족처럼 느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무라카미는 <1Q84>에 대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시대의 세상 전체가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종합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1·2권에서 그는 광신도 집단, 가정 폭력 등 일본 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건드리며 ‘종합소설’적 면모를 보인다. 그러나 3권에서는 마음을 바꾼 듯하다. 리틀 피플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구체적 형상화나 ‘리더’의 죽음 이후에 찾아오는 종교집단의 문제 등 1·2권에서 벌려놓은 사건은 제쳐두고 무라카미는 덴고와 아오마메의 ‘순수하고 낭만적인 연애 소설’을 써내려가는 데 집중한다. 덴고와 아오마메의 순수한 사랑은 다소 관념적이어서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지 않아 심금 깊은 부분까지 건드리지는 못하고, ‘선구’의 추적을 받던 이들이 사랑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에서 야기되는 필연적인 장애들이 너무 손쉽게 해결돼 버린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4권을 추가로 쓸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는 내 머릿속에 막연하게나마 수태되어 있다. 다시 말해 다음 권을 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열린 대답을 내어놓았다. 굳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라도, 3권을 덮고 나면 이것은 4권을 전제로 한 소설임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여전히 의문부호는 의문부호로 남아있다. 3권은 아오마메가 1Q84년에서 빠져나와 1984년으로 가기 위해 통과하는 고속도로 한 복판의 비밀통로처럼, 1·2권에서 4권으로 넘어가기 위한 통로처럼 느껴진다. 이 이야기를 하는데 굳이 700쪽이 넘는 긴 분량이 필요했을까란 의문이 드는 것은 그래서다.

<이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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