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색채…’ 서점가 돌풍

2013.07.01 16:03 입력 2013.07.01 16:07 수정

대학생 탁신형씨(25)는 6월30일 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나와 ‘동태’를 살핀 후 1일 새벽 다시 나와 줄을 섰다. 목적은 이날 정오부터 판매되는 무라카미 하루키(64·사진)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이하 ‘색채’·민음사)를 사기 위해서였다.

그를 포함한 최초의 구매자 10명에게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사인본이 판매됐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 묻자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항상 진보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최근작 <1Q84>가 가장 좋았다”며 “<색채>도 <1Q84>를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외 작가를 망라해 지금 한국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기를 따라갈 이가 없다. 어떤 작가도 판매 첫날 서점에 독자들을 줄 세우진 못한다. 이날 정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는 <색채>를 사기 위한 줄이 50m가량 늘어섰다. 사인본이나 양장 다이어리 증정 등의 이벤트가 독자를 끌어당긴 측면도 있지만, 문학의 인기가 죽어가는 시대에 순문학에 가까운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은 놀라울 정도다.

사진|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사진|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무라카미의 인기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3부로 나온 전작 <1Q84>는 10억원에 이르는 선인세 경쟁, 200만부 가까운 판매 부수 등의 기록을 세웠다. <색채>는 한 권이지만 전작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초판만 20만부를 찍었고 추가로 5만부를 제작 중이다. 선인세 역시 16억원 이상으로 추정됐다. 이날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일본에서도 초판 50만부 인쇄, 출간 7일 만에 100만부 돌파 등 인기를 끌었다.

<색채>는 철도 회사에 근무하는 36세 남성 다자키 쓰쿠루가 순례의 여정을 떠나는 과정을 담았다. <1Q84>가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를 테마곡처럼 사용했다면, <색채>는 리스트의 <순례의 해>를 배경음악으로 깐다. 인산인해인 도쿄역을 거쳐 고향 나고야, 핀란드의 호반도시 헤멘린나 등으로 이어지는 여정에서 다자키는 대학 시절의 친구들을 찾아나선다.

대학 시절 다자키는 4명의 친구들과 함께 ‘친밀하고 완벽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지만, 어느날 그들로부터 아무런 이유도 듣지 못하고 절교당했다. 한동안 죽음만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낸 다자키는 이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결국 다자키의 ‘순례’는 한때 아름다웠지만 파괴돼 버린 과거의 비밀을 찾아가는 신비한 여정이 된다.

무라카미는 29세에 등단해 30년이 넘는 작가 경력을 가졌지만, 다자키 쓰쿠루가 그렇듯 그의 소설 주인공은 대부분 청춘이고 그의 문장에는 청춘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날 교보문고에 줄선 독자들 역시 대부분 20~30대였다. 중학생 때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접해 줄곧 팬으로 남은 경우도 있다. 고등학교 때 무라카미의 작품을 읽은 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했다는 회사원 박진영씨(31)는 “무라카미가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의 글은 젊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지은씨(26)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읽으면 내 평소 생각, 감정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색채>의 일본어 원서를 사서 읽고 있다는 대학생 박주은씨(21)는 “다른 일본 작가들과 달리 무라카미 하루키는 사건을 억지로 나쁘게 몰지 않고 자연스럽게 푼다”고 말했다.

<1Q84>는 옴진리교를 연상시키는 비밀스러운 종교 단체를 등장시키는 등 사회적으로 확장된 면모를 보였지만, <색채>는 다시 도시인의 고독한 내면 속으로 파고든다. 무라카미 스스로가 언급했듯, 그의 초기작인 <노르웨이의 숲>을 연상시키는 정조다.

최재철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현대 젊은이의 소외, 고독 등 보편적인 정서와 읽기 수월한 문장이 무라카미 하루키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색채>에 대해 “개인의 기억을 말하는 동시에 이를 집단의 역사로 연결시키고 있다”며 “초기작이 개인에 함몰됐다면, 최근에는 작가로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사회적 발언을 하는 행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색채…’ 서점가 돌풍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