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결정의 비밀

2014.01.28 21:52
하지현 | 정신과전문의·건국대 교수

▲ 탁월한 결정의 비밀 | 조나 레러·위즈덤하우스

[오늘의 사색]탁월한 결정의 비밀

1980년대 말 심리학자 폴 안드리아센은 MIT 경영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을 실시했다. 참가자들에게 주식 투자 포트폴리오를 선택하라고 요구한 다음 그들을 두 집단으로 나눴다. 첫 번째 집단은 구입한 주식의 가격 변동만을 볼 수 있을 뿐 주식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이유를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극도로 제한된 정보만을 가지고 주식 거래를 결정해야 했다. 반면 두 번째 집단은 시시각각 변하는 주식시장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들은 CNBC를 시청하고, 월스트리트저널을 읽고, 전문가들에게 주식시장의 동향 분석을 의뢰할 수 있었다. 어느 집단이 과제를 더 잘 수행했을까? 놀랍게도 정보가 부족한 집단이 정보가 풍부한 집단보다 무려 2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과다한 정보는 오히려 정신을 산만하게 만들었다. 많은 정보를 접한 학생들은 가장 최근의 소문이나 내부자 정보에만 주의를 집중했다. 풍성한 정보를 접한 학생들은 정보가 빈곤한 학생들보다 주식을 사고파는 일이 더 잦았다. 그들은 자신의 정보를 바탕으로 주식시장의 판세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공허한 상관관계에만 얽매이다보니 아무 관계도 없는 세부사항에 지배되었다.

△ 현대사회는 인터넷, SNS에 넘쳐흐르는 정보의 시대다. 그런데도 판단 내리기를 더욱더 어려워하며, 더 좋은 정보가 있을 것이라 여기고, 한 번 더 검색을 하고 정보를 모은다. 데이트를 위해 맛집을 찾는 것부터 좋은 학원과 교육방식을 찾는 것까지 정보는 다다익선이라 믿지만 사실은 머리만 어지럽게 할 뿐이다. 사람의 뇌는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넘치는 정보는 도리어 혼선만 가져올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보의 유입을 차단하고 지금 있는 정보를 되새김질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직관을 믿는 것이다. 양보다 질, 충분한 소화의 시간이 필요한 것은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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