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라진 스푼 | 샘 킨

2016.09.19 22:45 입력 2016.09.19 23:20 수정
이정모 | 서울시립과학관장

놀이에서 우주까지 ‘원소 이야기’

[이정모의 내 인생의 책] (2) 사라진 스푼 | 샘 킨

재수 시절 종로학원의 조용호 선생님은 주기율표를 암기하라고 강요하셨다. “화학은 주기율표에서 시작해서 주기율표에서 끝나는 거야. 그러니까 닥치고 암기”였다. 고백하건대 내 화학 지식의 90%는 그때 얻은 것이다.

대학에서 생화학과 유기화학을 전공했지만 이건 모두 종로학원 수업의 확장에 불과했다. 화학은 주기율표에서 시작해서 주기율표로 끝난다.

주기율표에 있는 원소를 다루는 책은 많다. 여기에도 종결자가 있으니 <사라진 스푼>이 바로 그것이다.

“이쑤시개를 하키 스틱처럼 사용해 물렁물렁한 공들을 서로 가까이 다가가게 하자, 두 공이 닿는 순간 갑자기 한 공이 다른 공을 집어삼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공이 두 개 있던 자리에는 하나의 공이 흠집 하나 없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원소 번호 80번인 수은에 관한 이야기다. 어린 시절 깨진 온도계에서 새어나온 수은을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생생히 살아났다.

이 책은 단순히 에피소드를 통해 원소를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원소를 빙자하여 생물학에서 천문학에 이르기까지 자연과학 전반을 소개한다. ‘원자는 어디서 왔을까 : 우리는 모두 별의 물질로 이루어졌다’ 챕터는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원소가 생성되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렸다.

가슴 아픈 챕터도 있다. ‘분쟁을 부추기는 탄탈과 니오브’가 그것이다. 휴대폰에 쓰이는 탄탈과 니오브는 전 세계 공급량의 60%가 콩고에서 나는데 두 금속은 콜탄이라는 광물에 섞여 산출된다. 내가 사용하는 휴대폰이 콩고의 식량부족과 고릴라 멸종 그리고 인간에 대한 잔혹 행위까지 연결된다.

샘 킨의 원소 이야기들은 드라마틱하다. 샘 킨은 주기율표가 지루한 과학 교과서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상상력만 발휘한다면 누구나 주기율표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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