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시지프 신화 | 알베르 카뮈

2017.03.01 22:18 입력 2017.03.01 22:33 수정
정상준 그책 대표

사랑, 그 덧없음을 향하여

[정상준의 내 인생의 책] ④ 시지프 신화 | 알베르 카뮈

가끔 들르는 빈티지 가구점이 있었다. 1930년대로 돌아간 듯한 그 공간에 가면 흘러간 노래와 오래된 소파가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아 정겨웠다. 진한 커피로 방문객을 반겨 주던 주인과의 대화는 대부분 아날로그 시절의 오디오나 레코드에 관한 것이었는데 같은 취미를 공유한 사람들끼리의 시간은 금방 지나가게 마련이었다. 일을 마치고 가구점에 찾아간 어느 날, 낯선 사무용 가구들이 어지럽게 배치되어 있는 초현실적인 풍경을 보고 나서야 주인의 부재를 실감했다. 말없이 사라져버린 그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꼈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비슷한 상황을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에서 맞닥뜨린 적이 있다. 해변을 따라 개와 함께 산책하던 커플이 있었다. 주인공과 만나 가벼운 인사 정도를 건네던 커플이 어느 날 가족이나 다름없던 반려동물을 아무런 이유 없이 버리고 떠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떠나가는 차를 향해 개가 필사적으로 뛰어가는 모습을 카메라는 무심하게 응시한다.
 
어쩌면 저럴 수가 있을까. 세상은 참으로 부조리했다. 우리는 일정 간격으로 궤도를 돌면서 서로에게 쉽게 다가설 수도, 그렇다고 마음대로 이탈할 수도 없는 행성 같은 존재였던가. 우리는 이성의 힘으로 답을 찾을 수 없는 불가해한 존재였던가. 개인의 의지만으로 관계는 쉽게 봉합되지 않는 반면 연민은 언제라도 쉽게 자신을 향한다. 부조리가 자신의 의도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현실 사이의 불균형에서 피어난다고 했던 카뮈의 사상을 현실에서 만나게 된다.
 
<시지프 신화>는 예전에 미처 감각하지 못했던 사유의 세계로 인도한다.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문장들이 날아와 가슴에 박힌다. 사랑하면 할수록 부조리는 견고해진다는 카뮈의 글처럼 사랑이란 감정이 가장 덧없는 영광일 수도 있지만 오늘도 우리는 그 덧없음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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