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지금도 동의·알림·구매 버튼 누르고 있는 당신…교묘한 ‘디자인 덫’에 딱 걸린 거죠

2022.07.15 20:50

[화제의 책]지금도 동의·알림·구매 버튼 누르고 있는 당신…교묘한 ‘디자인 덫’에 딱 걸린 거죠

디자인 트랩
윤재영 지음
김영사 | 352쪽 | 1만6800원

유튜브,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등은 사용자를 어떻게 중독시킬까? 왜 무지한 사용자는 물론 기업의 유혹·속임수를 감지한 사용자까지도 중독에 빠질까?

디지털 시대의 심화로 ‘디지털 중독’은 일상용어가 됐다. 이젠 디지털 중독을 넘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중독’ ‘스마트폰 중독’, 나아가 ‘유튜브·인스타그램 중독’ 등으로 세분화될 정도다. 편의성과 바탕으로 소통과 정보교류의 중요 수단이 된 SNS 등은 긍정적 효과만큼이나 중독이라는 부작용도 그만큼 심각하다.

<디자인 트랩>은 SNS나 구독 서비스 같은 각종 온라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이 수익을 얻기 위해 사용자를 어떻게 중독시키는지를 분석한다. ‘사용자 경험(UX) 디자인’ 연구자인 윤재영 홍익대 교수는 그 중독의 비밀을 디자인에서 찾는다. 사용자를 유혹하고 속이고 때로는 은폐하며, 보상·처벌 등을 통해 중독되게 만드는 교묘한 디자인이다. 저자는 이를 디자인의 덫·함정이라는 의미에서 ‘디자인 트랩’이라 부른다.

갖가지 무료·할인 서비스와 편의성이라는 미끼로 사용자를 꾀어낸 업체는 가입·구독 버튼은 눈에 잘 띄도록 해 가입의 편의성을 높이지만 탈퇴·해지를 하려면 한참 헤매게 만든다. 창문·시계를 없앤 카지노·백화점의 마케팅 전략처럼 이미 널리 알려진 디자인 덫이다. 최근 디자인 트랩은 더 정교해진다. 자신도 모르게 ‘구매’ 버튼을 누르고,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하면서 ‘전체(모두) 동의’를 클릭하며, ‘좋아요’와 ‘알림’에 집착하면 이미 덫에 걸린 것이다.

덫에 걸린 사용자는 중독되기 쉽다. 중독을 유도하는 대표적 디자인 덫으로 저자는 무한 스크롤·자동재생을 꼽고, 필요 이상의 콘텐츠를 보게 해 중독되도록 하는 디자인 요인들을 해부한다. 중독 논란이 심각해지자 인스타그램·유튜브 등은 최근 방지책을 실행하고 있으나 유명무실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무한 스크롤을 개발한 디자이너 아자 레스킨은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게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실토했다. 짧은 토막 영상인 쇼트폼 동영상, 예측되지 않는 비정기적인 보상 이벤트 등도 중독을 유발한다. 특히 비정기적 보상 이벤트는 ‘좋아요’처럼 강박을 낳고 결국 습관과 중독으로 이끈다. 사용자가 그 유명한 심리학자 스키너의 ‘실험 상자’ 속의 생쥐가 된 꼴이다. 저자는 중독되도록 설계된 슬롯머신과 이들 서비스의 디자인을 비교해 이해를 돕는다.

일부 사용자들은 디자인의 덫을 인식하면서도 걸려든다. 디자인 트랩은 인간의 행동심리학을 적용해 심리와 행동을 유도·조종하도록 고도로 설계된 마케팅 전략이기 때문이다. 상당수 사용자는 자신이 속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책에 소개된 저자의 풍부한 디자인 트랩의 사례와 작동 원리를 읽으며 비로소 “아! 그렇구나”할 독자들도 많을 것 같다. 세계적으로 3억3000만여명이 SNS 중독으로 고통받는다고 한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소셜미디어 사용자는 국민의 89%로 대만에 이어 세계 2위, 세계 평균의 두 배에 가깝다. 특히 10대들의 경우 하루 평균 3시간에서 많게는 9시간까지 사용한다고 한다. 중독 위험성도 그만큼 높은 나라다.

저자는 “20세기가 소비를 부추기는 과잉 디자인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기만 디자인의 시대”라며 디지털 디톡스, 디자인 윤리 문제 등도 짚는다. 특히 ‘착한 디자인’과 ‘나쁜 디자인’이라는 애매모호한 경계의 디자인을 넘어 ‘모두를 위한 보다 옳은 디자인’을 기업과 디자이너, 사용자, 정부도 고민해보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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