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물량 공세…‘진짜’를 걸러낼 안목 키울 때

2023.02.24 20:43 입력 2023.02.24 20:44 수정

[책과 책 사이]챗GPT의 물량 공세…‘진짜’를 걸러낼 안목 키울 때

미국 SF잡지 ‘클락스월드’가 작품 접수를 일시 중단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챗GPT 등 인공지능(AI)이 쓴 작품이 쇄도해 표절 등을 이유로 접수가 거부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업무가 마비됐단다. 편집장 닐 클라크는 “신인이나 국제 작가들이 작품을 내는 데 장벽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2019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세계SF대회(월드콘)’ 에서 닐 클라크를 만났다. 당시 클락스월드에 배명훈·듀나·정소연 등의 작품이 소개됐다. 클라크는 “독자들의 반응이 좋다”며 “다양한 SF 작품을 소개해 영미권 SF를 풍부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챗GPT가 대량 생산한 저질 제품의 ‘물량 공세’로 공들여 쓴 작품이 빛을 볼 기회가 줄어들었다. 그중에 한국 SF소설이 있을 수도 있다.

국내에도 챗GPT가 쓴 책이 출간됐다. 지은이 챗GPT, 옮긴이 AI 파파고, 일러스트 셔터스톡 AI다. 제목은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스노우폭스북스). 내용은 자기계발서를 짜깁기 한 듯하다. 챗GPT에게 삶의 목적을 묻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하나의 퍼포먼스에 가깝다.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도 챗GPT와 함께 책을 낸다. 27일 출간 예정인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동아시아)는 김 교수가 묻고 챗GPT가 답하는 방식으로 쓰여졌다. AI 전문가가 챗GPT의 실력을 테스트해보는 ‘시험’에 가깝다.

저질 글의 대량생산, 퍼포먼스와 실험을 넘어 AI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아직 요원하다. 대신 편집자가 할 업무가 늘었다. ‘가짜 이야기’ 속에서 ‘진짜 이야기’를 걸러내는 것이다. 독자의 몫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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