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대장경 전320권 출간 눈앞

2000.12.01 18:56

대장경국역화 사업은 1964년 동국역경원이 발족되면서 시작됐다. 초대 원장은 봉선사 대웅전에 ‘큰법당’이라는 한글현판을 걸 정도로 불교 한글화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던 운허 스님. 역경원은 65년 ‘장아함경’ 발간을 시작으로 매년 7~8권씩 대장경 한글본을 펴내왔다. ‘대반야경’ ‘화엄경’ ‘사분율’ ‘선문염송’ ‘법원주림’ ‘아비달마대비바사’…. 당시 번역에 참여한 사람은 운허 스님을 비롯해 시인 김달진씨, 한학자 석낙훈·이진영씨, 이종익 동국대교수 등 내로라하는 대가들이었다. 지금은 오대산 토굴에서 수행에 정진하고 있는 법정 스님도 이즈음 역경원 편집부장을 맡아 역경 작업을 도왔다.

이때 우리말로 처음 번역된 화두 해설서 ‘선문염송’과 불가의 심리학책이라 불리는 ‘아비달마대비바사’는 불교학계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큰 영향을 끼치며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다.

그러나 순로롭게 진행되던 역경사업도 80년 운허 스님의 입적과 함께 주춤한다. 이후 후원단체인 재단법인 동국역경사업진흥회가 발족되고 영암·자운 스님이 잇따라 역경원장으로 취임하였지만 역경 사업은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했다.

역경사업이 다시 일어선 것은 지난 93년 11월 운허 스님의 상좌인 월운 스님이 역경원 4대원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 정부와 동국대의 예산 지원을 받으며 의욕적으로 국역사업을 펼친 운허 스님은 7년 동안 한글대장경 185책 출간하며 대장경 완역이라는 대역사를 일궈냈다. 운허 스님에서 월운 스님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번역 참가자들도 크게 바뀌었다. 각성·명성·법장·원민 스님, 권오민(경상대)·최봉수(동국대) 교수, 최철환(역경원 편집부장)·박상준(동국대 출판부)씨 등이 그들이다. 지난 36년간 대장경 국역에 참여한 사람은 200여명. 윤문·교정·교열에 참여한 인력을 포함하면 1,000여명을 헤아린다.

올해 안으로 역경사업을 마무리짓는 역경원은 내년을 불경 대중화 원년으로 설정, 대대적인 불경 읽기 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또 동국대 전자불전연구소와 함께 한글대장경 전산화 사업도 추진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월운 스님은 “36년이라는 오랜 세월 기간 번역이 이루어지다보니 용어나 체제가 통일되지 못한 것이 많다”며 “그동안 번역된 대장경들을 꼼꼼히 검토 보완해 보다 완벽한 한글대장경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조운찬기자 sid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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