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타임머신 타고 돈가스 여행 떠나볼까

2022.10.29 08:10

대전 성심당문화원에서 열리고 있는 ‘내 인생의 첫 돈까스전’ 을 찾은 관람객들이 예전에 인기를 끌던 돈가스 메뉴(모형)를 살펴보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대전 성심당문화원에서 열리고 있는 ‘내 인생의 첫 돈까스전’ 을 찾은 관람객들이 예전에 인기를 끌던 돈가스 메뉴(모형)를 살펴보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대전 성심당문화원 ‘내 인생의 첫 돈까스’
30여년 전 경양식집 재현, 식사도 가능

“대학 때 미팅을 하면서 처음 먹어본 것 같아요.”(53세 엄마)

“어릴 적 가족 모두 외식을 하러 갔다가 처음 맛을 본 기억이 있어요.”(20세 딸)

지난 25일 오후 4시 대전 중구 성심당문화원 지하 1층. ‘90년대 돈까스(‘돈가스’가 바른 표기)의 추억-내 인생의 첫 돈까스’라는 이색적인 주제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전시회를 찾은 모녀는 서로 돈가스와 관련된 추억을 소환했다.

문화원 측은 찾아오는 관람객들을 ‘타임머신’에 태워 30여년 전으로 데려간다. 이곳은 1990년대 초 인기를 끌던 돈가스와 돈가스를 파는 경양식집 등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당시 돈가스를 만들 때 쓰는 도구와 식용유, 심지어는 요리사가 신던 신발까지 구해다 전시했다. 돈가스를 먹고 자란 세대들이 즐겨 사용했지만,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춘 1회용 카메라, 옥편(한자사전) 등도 볼 수 있다. 관람객들이 과거를 떠올리도록 하는 일종의 오브제다.

그 옛날 돈가스를 만들 때 쓰던 도구. 윤희일 선임기자

그 옛날 돈가스를 만들 때 쓰던 도구. 윤희일 선임기자

돈가스를 팔던 경양식집을 재현한 곳의 식탁에 마주 앉은 모녀는 “돈가스는 보통 좋은 날에 먹었기 때문에, 지난날의 좋은 추억이 고스란히 떠올라 너무 좋다”고 말했다.

‘3000억 시장을 잡아라...돈가스바람’

벽면에는 1993년 게재된 신문 기사가 붙어있었다. 국내에 돈가스가 들어온 것은 훨씬 전이지만, 돈가스 바람이 분 것인 1990년대 초반이다. 대전 중구 은행동 일대에도 이즈음 대형 돈가스 가게가 잇따라 문을 열었다.

“원래 이탈리아 요리인 ‘코톨레타’가 프랑스를 거쳐 영국으로 전해져 ‘커틀릿’으로 유명해졌어요. 고기튀김 요리인 돈가스는 일본으로 들어와 ‘일본식 돈가스’로 변했지요. 이후 한국으로 들어온 돈가스는 밥과 김치를 곁들이면서 ‘한국식 돈가스’로 또다시 변신합니다. 1960년대 경양식집이 생겨나면서 이름을 알리던 돈가스는 1990년대 들어 큰 인기를 끌 게 되었지요.”(문화원 관계자)

‘내 인생의 첫 돈까스전’의 전시장에 마련된 경양식집 테이블에서 관람객 2명이 돈가스에 얽힌 추억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내 인생의 첫 돈까스전’의 전시장에 마련된 경양식집 테이블에서 관람객 2명이 돈가스에 얽힌 추억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돈가스라는 독특한 주제를 내세운 이 전시회에는 다양한 사람이 찾는다. 25일에는 김태훈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장이 전시장을 찾았다. 그는 “음식과 관련된 사람들의 추억을 담은 행사는 관람객 누구에게나 큰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돈가스를 만들던 노동자(요리사)의 삶까지 담아낸 디테일과 스토리텔링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일본에서도 관람객들이 다녀갔다. 당시 전시장을 둘러본 가미무라 에이키는 “정말로 독특한 전시회”라고 평가하면서 “일본과 한국의 돈가스를 모두 경험해 봤는데, 식문화가 어떻게 교류되고 어떻게 진화하는 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릴 적 가족 외식의 추억이 가득’

‘돈가스 정말 맛있어요.’

‘돈가스 먹으러 다시 올게.’

전시장 한쪽에는 관람객들이 메모지에 써서 붙인 짧은 감상글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돈가스에 얽힌 추억은 아이나 어른이나 다름이 없었다. 모두다 즐거운 추억을 담고 있었다.

‘내 인생의 첫 돈까스’ 전시회는 12월 31일까지 계속된다.

‘내 인생의 첫 돈까스전’에 전시돼 있는 돈가스(모형). 윤희일 선임기자

‘내 인생의 첫 돈까스전’에 전시돼 있는 돈가스(모형). 윤희일 선임기자

전시장이 있는 성심당문화원 주변 거리를 가득 채운 각양각색의 우산도 볼거리다. 길이가 1.4㎞에 이르는 ‘우산거리’는 대전시가 꾸몄다.

성심당문화원 인근에 조성된 ‘우산거리’. 윤희일 선임기자

성심당문화원 인근에 조성된 ‘우산거리’. 윤희일 선임기자

이와 함께 성심당문화원 3층 전시실과 대전전통나래관(대전역 인근) 기획전시실에서는 ‘떡과 빵’이 만나는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살아있는 무형유산 이야기’라는 제목의 이 전시회에는 대전의 무형유산인 연안이씨의 각색편(떡)과 대전을 대표하는 빵인 성심당 빵에 얽힌 이야기가 소개된다.

이곳에서는 우리 일상의 음식인 떡과 빵이 어떻게 시대를 뛰어넘어 한 도시의 문화유산이 되어가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펼져 진다. 이 전시회는 11월 6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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