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빌, 나루토, 철권, 엔시티의 공통점은?

2024.06.16 14:35 입력 2024.06.16 20:19 수정

이소룡은 떠나도 ‘이소룡들’은 곳곳에 남았다

다큐 영화 ‘이소룡-들’ 개봉…그가 남긴 유산은

영화 <이소룡-들>은 (왼쪽부터)허쭝다오, 거룡, 여소룡 등 이소룡을 흉내낸 아류 배우들을 비롯해 영화계 관계자들의 이소룡 이야기를 들려준다. 에이디지컴퍼니 제공

영화 <이소룡-들>은 (왼쪽부터)허쭝다오, 거룡, 여소룡 등 이소룡을 흉내낸 아류 배우들을 비롯해 영화계 관계자들의 이소룡 이야기를 들려준다. 에이디지컴퍼니 제공

영화 <당산대형>에서의 이소룡. 에이디지컴퍼니 제공

영화 <당산대형>에서의 이소룡. 에이디지컴퍼니 제공

영화 <이소룡-들>의 한 장면. 에이디지컴퍼니 제공

영화 <이소룡-들>의 한 장면. 에이디지컴퍼니 제공

이소룡(李小龍)은 누구인가. 그는 슈퍼스타 액션배우이고, ‘절권도’를 창시한 무술가이며, 20세기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이다. 33살에 요절해 출연 작품은 적었지만 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아뵤오!” 괴성에 가까운 특유의 기합 소리, 간결하면서도 폭발적인 타격, 화려한 쌍절곤 솜씨, 근육이 쩍쩍 갈라진 마른 몸매는 이소룡을 상징한다. 당시 10대 소년들은 콧방울을 엄지로 쓱 문지르는 이소룡의 시그니처 포즈를 너도나도 흉내냈다.

오는 19일 극장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이소룡-들>은 이소룡 사후에 활약한 ‘짝퉁 이소룡’들과 문화적 유산을 다룬다. 이소룡은 인기 절정이던 1973년 뇌부종으로 갑자기 사망했다. 영화사들은 이소룡을 닮은 배우들로 가짜 이소룡 영화들을 마구잡이로 제작했다. 이때 이소룡의 영어 이름 ‘브루스 리’(Bruce Lee)를 모방한 홍콩의 양소룡(Bruce Liang), 대만의 허쭝다오(Bruce Li), 미얀마의 여소룡(Bruce Le), 한국의 거룡(Dragon Lee) 등 아류 배우들이 등장했다. 심지어 미국의 흑인 배우 론 반 클리프도 ‘흑룡’(Black Dragon)으로 출연해 <이소룡의 죽음>(1975)이란 영화를 찍었다.

<이소룡-들>은 아류 배우들뿐 아니라 이소룡과 인연을 맺은 여러 인물들을 인터뷰한다. 배우 장다웨이(강대위)와 쩡즈웨이(증지위), 감독 러웨이(나유)와 하지강, 프로듀서 안드레 모건 등이 나온다. 이소룡을 이야기할 때 이들의 눈빛은 동경과 애정으로 반짝인다. 영화가 틈틈이 보여주는 이소룡 아류작들은 황당한 재미를 준다. 이소룡이 무덤에서 뛰쳐나오고, 저승에서 드라큘라와 대결하고, 슈퍼맨으로 변신해 하늘을 난다.

이소룡은 194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미국과 홍콩을 오가며 활동했다. 무술가의 정체성 때문에 신체 단련에 이론적으로 깊이 몰입했다. 전기충격 기계로 근육을 강화했고, 고중량 운동을 하다 심각한 척추 부상을 입기도 했다. 주연을 맡은 영화는 <당산대형>(1971) <정무문>(1972) <맹룡과강>(1972) <용쟁호투>(1973) <사망유희>(1978) 다섯 편에 불과하다. 그가 <사망유희> 일부 액션 장면만 촬영한 상황에서 사망해 한국 배우 김태정이 대역을 맡았다. 김태정은 이후 ‘당룡’이란 이름으로 아류작 <사망탑>(1981)에도 출연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킬빌> 주인공의 노란색 운동복은 <사망유희>에서 이소룡이 입은 복장이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킬빌> 주인공의 노란색 운동복은 <사망유희>에서 이소룡이 입은 복장이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일본 만화 <북두의 권>의 주인공 켄시로(위)와 <나루토>의 조연 록 리(아래)는 배우 이소룡에게서 영향을 받아 탄생한 캐릭터다. 앤드플러스미디어웍스·디스테이션 제공

일본 만화 <북두의 권>의 주인공 켄시로(위)와 <나루토>의 조연 록 리(아래)는 배우 이소룡에게서 영향을 받아 탄생한 캐릭터다. 앤드플러스미디어웍스·디스테이션 제공

이소룡은 후대의 영화, 만화, 게임 등 수많은 콘텐츠에서 ‘오마주’(원작을 모방해 존경을 표하는 것)를 통해 부활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킬 빌>(2003) 주인공 키도의 노란색 운동복은 <사망유희>에서 이소룡이 사망탑을 올라가며 싸울 때 입은 복장이다. 영화 <존 윅: 리로드>(2017) 주인공 존이 거울로 가득한 방에서 싸우는 액션 장면은 <용쟁호투>에서 가져온 것이다. 존 윅 시리즈를 연출한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스턴트 배우 시절에 이소룡의 아들인 배우 브랜든 리의 대역을 맡았다.

홍콩 감독이자 배우 저우싱츠(주성치)도 이소룡 광팬이다. <쿵푸 허슬>(2004)을 비록한 자신의 영화 곳곳에서 이소룡 영화 장면들을 오마주했다. 특히 <소림축구>(2001)의 골키퍼 캐릭터 ‘번개손’은 이소룡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이소룡과 닮은 배우 전궈쿤(진국곤)을 저우싱츠가 직접 발탁했다.

일본 만화 <북두의 권> 주인공 켄시로와 <나루토>의 조연 록 리, 미국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 샹치도 이소룡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의 페이롱, <철권>의 마샬 로우, <데드 오어 얼라이브>의 잔리도 이소룡을 오마주한 캐릭터다. 아이돌 그룹 엔시티(NCT)의 곡 ‘영웅’은 이소룡의 절권도 동작에서 착안해 안무를 만들었다.

코미디언 이경규가 대표인 기획사 에이디지컴퍼니가 <이소룡-들>의 한국 수입·배급을 담당했다. 이경규는 ‘이소룡 키드’라는 의미로 자신을 ‘이자룡(李子龍)’이라고 칭하는 광팬이다. 영화 <복수혈전>(1992)의 감독·각본·주연을 맡아 절권도 액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경규는 “나는 이소룡에 미쳤다. <복수혈전>도 그의 영향을 받아 만들었다”며 “<이소룡-들>을 보면 이소룡이 왜 한 시대를 뒤흔들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 엔시티(NCT)가 곡 ‘영웅’의 안무 도중 콧방울을 엄지로 문지르는 이소룡의 시그니처 포즈를 하고 있다. 유튜브 SMTOWN 갈무리

아이돌 그룹 엔시티(NCT)가 곡 ‘영웅’의 안무 도중 콧방울을 엄지로 문지르는 이소룡의 시그니처 포즈를 하고 있다. 유튜브 SMTOWN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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