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있는 그대로를 카메라에 담죠”

2010.04.30 08:36

10번째 장편 '하하하' 연출한 홍상수 감독

"가장 경제적이고 중성적인 가능하면 꾸미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는 걸 좋아합니다."

10번째 장편 '하하하'를 연출한 홍상수 감독은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는 올해 칸 영화제 공식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1998년 '강원도의 힘'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받은 이래로 6번째 칸의 초청이다. 국내 감독 중 가장 많은 횟수다.

칸에 유독 강한 이유를 묻자 "잘 모르겠다"며 "그 사람들(심사위원)의 마음을 알 수가 있나요"라며 웃었다.

'하하하'는 어느 여름에 벌어진 이야기를 담았다. 선후배 사이인 두 남자가 얼마 전 각자 통영에 다녀온 사실을 알고 술자리에서 여행담을 풀어놓는다는 이야기다.

"여름에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뜻에서 여름 하(夏)를 제목에 담았어요. 그리고 '하하하'라는 웃는 소리가 좋아서 그냥 '하하하'라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내달 5일 개봉하는 '하하하'에서도 홍 감독은 자신의 단골 화두인 남녀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전작들처럼 술자리가 등장하고, 인물들은 욕망의 껍질을 한 꺼풀씩 벗어던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남자들의 뻔뻔한 행동은 큰 웃음을 준다.

"남녀 관계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어요. 일단 재밌죠. 그리고 그 안에서는 다양한 가치들이 동시에 충돌합니다. 이성과 본능이 충돌하고, 욕망과 욕망이 충돌하죠. 힘의 관계도 잘 보입니다. 그런 모습을 다루는 게 흥미롭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 여럿 있다. 문경(김상경)이 좋아하는 여인 성옥(문소리)에게 남자친구(김강우)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고자질하는 장면도 그중 하나다.

"촬영 당일 아침에 생각이 난 장면이에요.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문경과 성옥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이성을 많이 좋아하게 되면 평상시 안 하던 짓도 하잖아요." (웃음)

고자질 장면처럼 그의 영화는 전적으로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미리 준비한 시나리오는 없다. 홍 감독은 촬영 당일 아침, 배우들보다 2시간 정도 현장에 빨리 나와서 그날 촬영할 대본을 쓴다. 빠르면 1시간 늦어도 2시간 안에 A4지 4-5장 분량을 쓴다. 아무런 준비 없이 대본을 외워야 하는 배우들은 곤욕을 치르지만 홍 감독은 그렇게 하는 게 자신의 "기질"에 더 맞는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써놓으면 계속 고치게 돼요. 점점 그 양이 늘어나죠. 몇 달 뒤에 찍을 것들을 상상하면서 글을 쓰는 건 저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생활의 발견' 때부터는 현장에서 대본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 방식이 제 기질이랑 맞는 것 같아요."

그의 영화에는 자주 출연하는 배우들이 있다. 김상경은 '생활의 발견', '극장전'에 이어 '하하하'에 3번째 출연했다. 김태우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해변의 여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출연했다. 이 밖에도 고현정, 유준상, 김영호 등도 2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했다. 이른바 '홍상수 장학생'들이 많다고 말하자 웃으며 이처럼 말한다.

"TV도 거의 안 봐서 요즘 어떤 배우가 활동하는지 잘 몰라요. 영화에 대한 구상이 떠오르면 그때 배우를 찾기 시작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넷도 검색해요. 시간 되는 배우들을 만나보면 직감적으로 그분들의 '기' 혹은 '맥' 같은 게 보여요. 그 사람의 느낌이 다가옵니다. 느낌이 괜찮으면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고, 시간이 되면 같이 하는 거죠. 대부분의 배우가 무보수로 출연해주시는데 정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홍 감독은 최근 문성근, 정유미 등과 함께 11번째 장편영화 '옥희의 영화'를 찍었다. 영화과 학생인 옥희가 영화를 만들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학기 중에 일주일에 이틀씩 시간을 내 찍었단다. 힘들었지만 보람찼다고 한다.

"저는 별다른 취미가 없어요. 그저 술이나 좀 마시죠. 놀러다니는 걸 잘 못해요. 영화 만드는 것처럼 제가 행복을 느끼는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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