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작은 아씨들’, 원작 느낌 그대로…네 자매의 삶 현대적으로 재해석

2020.02.03 20:51 입력 2020.02.03 20:52 수정

<작은 아씨들>은 원작 소설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영화다. 자매로 나오는 에마 왓슨, 플로렌스 퓨, 시어셔 로넌, 엘리자 스캔런(왼쪽부터).  소니 픽처스 제공

<작은 아씨들>은 원작 소설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영화다. 자매로 나오는 에마 왓슨, 플로렌스 퓨, 시어셔 로넌, 엘리자 스캔런(왼쪽부터). 소니 픽처스 제공

미국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1832~1888)은 1868년과 이듬해 ‘소녀들을 위한 책’ 두 권을 낸다. 50여개 언어로 번역돼 수천만권이 팔렸고, 1933년 동명의 영화를 시작으로 거의 10년마다 다양한 형태로 리메이크되고 지금도 출간이 이어지는 소설 <작은 아씨들> 1·2권이다. 당시 소녀뿐 아니라 많은 성인 여성들에게도 꿈과 희망, 감동을 준 ‘고전 중의 고전’이다. 영화 <레이디 버드>(2017)로 단번에 세계적 감독 반열에 오른 그레타 거윅의 손을 거쳐 영화화됐다.

남북전쟁 직후인 1860년대 중후반 미국 뉴욕. 작가 지망생 조 마치(시어셔 로넌)는 소설 원고를 들고 잡지와 책을 발간하는 출판사를 찾는다. 출판사 사장은 낮은 고료를 주면서 ‘다음엔 더 짧고 결말이 분명한 자극적인 글을 쓸 것’을 요구한다. 상업적·대중적 소설 쓰기에 몰두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좌절하던 중 동생이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은 조는 고향 매사추세츠 콩코드로 향한다.

거윅 감독은 대사 등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영화만의 재미를 주기 위해 현재와 이웃 부잣집 소년 로리(티모테 샬라메)를 처음 만난 7년 전 과거와 교차하며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각자 배우·작가·음악가·화가를 꿈꾸던 말괄량이 천방지축 유년시절 네 자매와 여성이라는 이유 등으로 벽에 막혀 현실에 수긍하는 네 자매 모습이 극명하게 대조된다. “여성이 돈을 벌기 위해선 배우로 무대에 서거나 사창가에서 일하는 수밖에 없는 게” 당시 현실이었다. 거윅 감독은 “인생 전체를 담을 수 있는 내러티브를 구성하고 싶었다”며 “길을 걸을 때 늘 어린 시절의 나와 함께하고 있다는 현실을 영화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거윅 감독은 이야기 전개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현대적 감성으로 원작을 재해석했다. 가령 자매들이 수다를 떠는 모습은 요즘 자매들과 크게 다르지 않고, 다른 인물을 보조하기 위해 자매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매 개개인이 살아 있도록 숨을 불어넣었다. 동시에 150여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유의미한 원작의 주제와 메시지는 확실하게 전달한다. 이 영화 프로듀서 에이미 파스칼은 “지금이 이 영화를 발표하기에 가장 완벽한 시기”라며 “왜냐하면 여성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의 선택,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영화에는 10명가량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대부분 젊은 배우임에도 어느 한 명 빠지지 않고 모두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특히 <레이디 버드>에 이어 다시 거윅 감독과 호흡을 맞춘 시어셔 로넌은 조를 1860년대와 2020년을 관통하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그려낸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 촌스럽지 않은 정통 시대극이란 점이 매우 반갑게 느껴진다. 아카데미가 선호하는 지극히 미국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요소가 다분한 이 영화는 제92회 아카데미 작품상·여우주연상·여우조연상·각색상·음악상·의상상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12일 개봉. 135분,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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