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기로 했는데···” 전태관 그리며 무대 돌아온 봄여름가을겨울

2019.01.16 19:59 입력 2019.01.17 10:27 수정

‘봄여름가을겨울’ 멤버 김종진이 16일 서울 마포구 홍대 구름아래 소극장에서 열린 30주년 콘서트에서 노래하고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멤버 김종진이 16일 서울 마포구 홍대 구름아래 소극장에서 열린 30주년 콘서트에서 노래하고 있다.

“울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눈물이 나네요. 삼켜야죠. 삼킬 때마다 진주 한 방울이니까.”

서른번의 계절을 함께한 친구가 떠난 자리는 ‘공백’이 아닌 ‘공명’이 됐다. 16일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열린 봄여름가을겨울의 30주년 기념 소극장 콘서트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 첫날, 기타와 보컬을 맡은 김종진(57)은 여러 번 눈물을 보였다. 드러머 고 전태관이 지난달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후 처음 열린 공연이었다. ‘슬퍼도 울지 않을 거야’를 시종 밝은 표정으로 열창하던 그는 연주를 마치자마자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쳤다. 그러나 눈물보다 더 돋보인 것은 명성만큼 노련한 무대와 김종진을 포함한 9명의 연주자가 만든 풍성한 사운드였다.

아늑한 LP 바처럼 꾸며진 이날 무대는 ‘미인’과‘아이 샷 더 쉐리프(I Shot The Sheriff)’를 결합한 펑키한 곡으로 막을 열었다. 회색 수트에 검정색 스니커즈를 받쳐 신고 무대에 등장한 김종진은 ‘록스타’다운 재기발랄한 표정과 무대 매너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이후 밴드 특유의 그루브한 리듬이 돋보이는 ‘슬퍼도 울지 않을 거야’ ‘어떤이의 꿈’ ‘봄여름가을겨울’ ‘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을 연주하며 관객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그대 별이 지는 밤으로’ ‘새벽 2시 5분’ 등 감성적인 곡에서는 김용주의 색소폰 연주와 김종진의 기타 연주가 조화롭게 어울리며 관객의 몰입을 도왔다. 관객들이 직접 ‘에그셰이커’를 연주하며 공연에 참여한 곡 ‘전화’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이날의 게스트 윤도현(47)과 함께 진행한 ‘엽서 읽어 주는 남자’ 등의 코너도 ‘깨알 재미’를 더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이라는 주제로 관객들이 쓴 엽서를 읽어주는 이 코너에서는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팬의 사연이 소개됐다. 김종진은 “최근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 많은 분들이 함께 아파해주니 기운이 생기더라”면서 하늘을 향해 “사랑해요”라고 관객과 외치기도 했다.

‘봄여름가을겨울’ 멤버 김종진이 16일 서울 마포구 홍대 구름아래 소극장에서 열린 30주년 콘서트에서 노래하고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멤버 김종진이 16일 서울 마포구 홍대 구름아래 소극장에서 열린 30주년 콘서트에서 노래하고 있다.

공연은 2013년 발표곡 ‘고장난 시계’를 연주할 때 절정에 달했다. 김종진은 “그때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이라는 가사를 부르다 울음을 터뜨렸다.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던 그는, 이내 기타를 들고 노련한 연주를 펼쳐나갔다. 무대 뒤편에는 고 전태관과 김종진이 함께 찍은 사진들이 떠올랐다. 이날 공연에서 김종진은 여러차례 고 전태관에 대한 추억을 짧게 술회하곤 했다. 베이스 연주자 최원혁은 “공연을 준비하면서 가장 사랑하는 태관이 형을 잃어 정말 많이 슬펐다”면서 “여기 같이 계실 거라고 믿고 최선을 다해 연주 중이다”라고 말했다.

150여명의 관객들도 눈시울을 적셨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밴드의 팬이었다는 김효정씨(43)는 “준비한 손수건이 모자랄 정도로 많이 울었다”면서 “지금껏 즐기기만 했던 곡들이 오늘은 모두 고 전태관에 대한 것처럼 느껴져 슬펐다. 두 사람이 지켜온 오랜 우정에 감사했다”고 말했다. 최근 밴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최모씨(45)도 “히트곡만 알고 있던 밴드였는데 와서 들어보니 모든 곡에서 인간미가 넘친다. 떠난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져 계속 울었다”고 말했다. 당초 계획보다 1시간 정도 공연이 길어졌지만 자리를 뜨는 관객은 없었다.

이날 공연에서는 밴드의 미발표곡 ‘컴 세일 어웨이(Come Sail Away)’가 깜짝 공개돼 호응을 받기도 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은 이날부터 다음달 24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총 30회 공연을 이어간다. 가수 김현철, 이적, 유희열, 조성모, 홍경민, 이현우, DJ DOC 김창렬, B1A4 산들 등이 특별 게스트로 출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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