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맥라렌 잡아라’ 페라리의 야심작 ‘F50’

‘페라리(Ferrari) F40’의 타도 대상이 ‘포르쉐(Porsche) 959’였다면 ‘F50’은 ‘맥라렌(McLaren) F1’을 잡기 위해 태어난 차다. 맥라렌 F1이 차지하고 있던 슈퍼카 지존의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현 페라리 회장인 루카 디 몬테제몰로(Luca Di Montezemolo)가 내놓은 야심작이다.

F50은 F40(창립 40주년 기념작)이나 엔쵸 페라리(Enzo Ferrari·창립 60주년 기념작)와 마찬가지로 페라리 창립(1947년)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됐다. 하지만 공개된 시점은 이보다 조금 빠르다. 1995년 스위스 제네바 오토상롱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F50은 계획한 수량보다 초과해 생산된 288GTO나 F40과 달리 당초 약속한대로 1997년 제작이 중단될 때까지 349대만 한정 생산됐다. 이탈리아 북부 모데나(Modena) 근처 공장에서 7월부터 생산된 F50의 제작 대수에 대해 루카 디 몬테제몰로 회장은 예상한 판매대수에서 한 대를 뺀 숫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직선에서 곡선 강조…페라리 모델의 시초 = 디자인은 페라리의 동반자이자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인 업체인 피닌파리나(Pininfarina)가 맡았다. F40이 직선적인 면을 강조했다면 F50은 곡선의 아름다움을 부각시켰다. 특히 공기역학적인 면을 강조했는데, 곡선이 강조된 보닛에는 공기출구가 크게 자리했다. 이는 범퍼 하단의 공기 흡입구를 통해 유입된 공기가 보닛 위의 출구로 빠져 나오면서 차체를 밑으로 누르는 다운포스(Down Force) 현상을 유도했다. 이로 인해 타이어의 접지력을 높이는 한편 주행의 안정감을 키웠다. F50의 독특한 디자인은 현재 페라리 모델들의 시초가 됐다는 평이다.

페라리 F50 전면 <페라리 수입사 ㈜FMK 제공>

페라리 F50 전면 <페라리 수입사 ㈜FMK 제공>

F50은 슈퍼카로는 이례적으로 고강도 카본으로 만든 탈·장착이 가능한 하드톱(hardtop)과 컨버터블(convertible)의 두 가지 형태로 출시됐다. 때로는 2인승 오픈카로, 때로는 쿠페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슈퍼카인 셈이었다. 실제 하드톱은 탑승자들이 F1 경주차량을 운전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페라리 창립 40주년 기념모델 – 페라리 F40 <페라리 수입사 ㈜FMK 제공>

페라리 창립 40주년 기념모델 – 페라리 F40 <페라리 수입사 ㈜FMK 제공>

F50은 또 전통색인 붉은색만을 가지고 출시한 페라리의 다른 모델들과는 달리 모두 5가지 색깔을 가진 모델이 출시됐다. 먼저 붉은색 계통의 2가지 모델은 서로 명암을 다르게 해 차별화했고, 나머지는 노란색과 검정색, 은색으로 출시됐다. 사람들은 페라리 전통색인 붉은색을 더 많이 선호했다고 한다.

페라리 창립 60주년 기념모델 – 엔쵸 페라리 <페라리 수입사 ㈜FMK 제공>

페라리 창립 60주년 기념모델 – 엔쵸 페라리 <페라리 수입사 ㈜FMK 제공>

F40처럼 에어컨이 기본 장착된 F50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가죽으로 마감됐다. 시트는 ‘스탠다드’와 ‘라지’ 사이즈로 구분됐으며 계기판은 다이얼 형태를 탈피해 현란한 컬러의 조명식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다만, 수동식 창문은 바퀴지 않았다. F50은 또한 미국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별도로 제작됐는데, F50 이전의 모델과 동일하게 운전석을 왼쪽에 뒀다. 미국시장에는 총 349대 중 56대가 판매됐다.

페라리 F50 실내 운전석 <페라리 수입사 ㈜FMK 제공>

페라리 F50 실내 운전석 <페라리 수입사 ㈜FMK 제공>

F1 기술 차용…직선과 코너링 안정감 주력 = 결과적으로 맥라렌 F1을 잡기 위한 F50은 속도 면에서는 앞서지 못했다. 반면 F50은 F1 기술을 실험적으로 적용한 최초의 양산차라는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맥라렌 F1은 속도를 강조했으나 F50은 직선과 코너링의 고속 주행에서 속도와 안정성을 동시에 강조한 신개념의 슈퍼카라는 것이다.

페라리 F50 컨버터블 실내 <페라리 수입사 ㈜FMK 제공>

페라리 F50 컨버터블 실내 <페라리 수입사 ㈜FMK 제공>

여기서 F50의 경쟁 모델인 맥라렌 F1을 살펴보면, ‘도로용 스포츠카’로 평가받는 맥라렌 F1은 제로백 3.2초, 최고시속 387㎞/h를 기록했다. 2005년 10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일반 도로에서 합법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양산차 중 가장 고가이자 최고의 속도를 자랑했다. 이후 가장 빠른 슈퍼카로 기록된 부가티 베이론(Bugatti Veyron) 16.4가 최고시속 402㎞로 기록을 갱신하기 전까지 맥라렌 F1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카로 통했다. 맥라렌 F1-GTR은 1995년 르망 24시간 그랑프리 경주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멕라렌 F1은 나중에 자세히 다뤄볼 예정이다.

페라리 F50과 경쟁 모델인 맥라렌(McLaren) F1 <출처 (cc) Wikipedia at Sfoskett>

페라리 F50과 경쟁 모델인 맥라렌(McLaren) F1 <출처 (cc) Wikipedia at Sfoskett>

F1 경주용의 기술을 많이 차용한 F50은 차체 경량화를 위해 서스펜션 일부와 윈드실드, 도어경첩 등을 제외한 차체 전체를 카본으로 만들었다. 운전석 후미에 위치한 V12 엔진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투명커버를 덮어 내부가 훤히 보일 수 있게 했다. 엔진은 F1 엔진을 개조해 장착했는데, 3.5ℓ V12 엔진을 기초로 4.7ℓ V12 자연흡기엔진을 장착했다. 덕분에 520마력이라는 괴력을 뿜어낼 수 있었다.

맥라렌 F1 이후 가장 빠른 자동차로 기록된 부가티 베이론

맥라렌 F1 이후 가장 빠른 자동차로 기록된 부가티 베이론
페라리 F50 제원

엔진 형식 : 4.7ℓ V12 / 배기량 : 4699㏄ / 최고속도 : 325㎞/h
최대출력 : 520hp·8500rpm / 최대토크 : 48.0㎏·m·6500rpm / 전장 X 폭 X 전고 : 4480㎜ X 1986㎜ X 1120㎜
총 중량 : 1230㎏ / 제로백(0-100㎞/h) : 3.87초 / 트랜스미션 : 6단 수동 / 생산년도 : 1995~1997년 / 총 생산대수 : 349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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